
통계청이 국가데이터처로 승격,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각종 데이터가 각 기관 울타리에 갇힌 채 국정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데이터를 연계해 새로운 통계를 개발하고 싶은 신청자가 협의를 시작한 이후 각 데이터가 부처 경계를 넘어 제공되는 데 평균 310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 단계에 130일, 가명 처리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진행하는데 126일, 반출심사위원회 승인 및 실제 제공까지 54일이 소요된다.
정부는 가명 처리 단계를 대폭 단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첫 단계인 ‘협의’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지금은 통계 신청자가 세 기관의 데이터를 받으려면 각각 별도로 협의를 거쳐야 하며, 한 기관이라도 반대하면 공유 범위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는 구조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은 수출·자산·물가·인구 통계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집계하는 나라다.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통계목적고유번호(결합키)도 개발했다. 유엔 회원국 193개 가운데 에스토니아에 이어 2위 ‘전자정부’로 평가받는 이유다.
신규 통계를 개발하기 위한 원재료도 탄탄하고, 시스템도 갖춰놨지만 정작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통계 고도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각 기관은 데이터를 ‘자신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명백한 근거가 없으면 최대한 공유하지 않으려 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부처 간 데이터 결합은 신규 통계 개발을 넘어 정책 설계 고도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주택 관련 부채는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중도금·이주비 대출, 정책대출 등으로 구성되는데 해당 데이터는 금융위, 국토부, 시중은행 등에 흩어져 공유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주택 부채’ 통계가 없다. 관련 지표가 있으면 집값 상승과 함께 총부채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정책에 활용할 수 있다.
출산율 정책의 경우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출산 시기, 소득, 학력, 의료기록 등을 연계한 산모 통계를 기반으로 출산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고학력 여성의 추가 출산 가능성, 출산 이후 소득 변화 등을 장기적으로 추적한다.
국가데이터처는 데이터 요청권을 강화하는 ‘국가데이터기본법’을 상반기에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사무개선 권고’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데이터처가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를 지정하면 소관 부처가 해당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사실상 의무화하는 행정 조치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각종 데이터를 연계하고 고도화해야 하는 시점에 통계 원재료가 부처 칸막이에 가로막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가데이터처가 조정 권한을 갖춘 창구로서 연계 기능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민/정영효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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