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제대로 열었어도 계엄 못 막았을 것"…한덕수 2심 판단 보니

입력 2026-05-09 09:21   수정 2026-05-09 09:23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비상계엄 당시 한 전 총리의 책임 범위를 1심보다 좁게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회의를 제대로 운영했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는 한 전 총리 항소심 판결문에서 "적법한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대통령에게 반대 의견을 전했더라도 비상계엄 선포를 막았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의사정족수를 채우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처럼 외관을 만든 점은 인정했다. 이에 따라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는 유죄로 봤다.

다만 국무회의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책임', 즉 부작위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작위범이 성립하려면 의무를 이행했다면 결과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한 전 총리 사건에서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국무회의에서 주요 정책 심의가 이뤄지더라도 대통령이 그 심의 내용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며 비상계엄 선포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 꼭 국무회의를 거칠 필요는 없다", "내가 한 결정이고 이미 언론에 이야기해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국무회의 심의 여부와 무관하게 계엄을 선포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본 셈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고 실질적 심의를 거쳐 반대 의견을 전달했더라도 비상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이는 1심 판단과 차이가 있다. 1심은 한 전 총리가 총리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실질적인 국무회의 심의 없이 비상계엄이 선포되도록 했다고 보고 부작위 책임까지 인정했다.

항소심에서 부작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형량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심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15년으로 형량을 낮췄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위증 등 주요 혐의 대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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