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실장이 SNS에 올린 글이지만, 개인적 감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실장의 정책 영향력을 감안하면 정부 경제 운용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는 신호에 가깝다. 정부 내부에서 이미 세입과 성장률 전망의 재평가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순부채비율 전망을 근거로 긴축론을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순부채비율이 주요 20개국 평균보다 크게 낮은 10%에 불과하다는 확장재정 비판을 되받았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도 성장률이 회복되면 조세수입으로 재정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상장사 전체 이익 전망도 과거의 눈금을 벗어났다. KB증권은 2026년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5% 증가한 792조원, 순이익은 184% 늘어난 606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7년에는 영업이익이 1044조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2026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익 개선이 반도체에 머물지 않고 방위산업·조선·기계·에너지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3년 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122조원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숫자가 얼마나 비연속적인지 실감할 수 있다.
더 공격적인 시장 추정도 붙는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4월 초 코스피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53조원대였고, 이후에도 상향 조정이 이어지면서 키움증권은 4월 말~5월 초 기준 840조원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전반에서는 올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최대 800조원대, 전년 대비 2~3배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올해 정부가 편성한 본예산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중에서도 법인세 파급 효과는 더 충격적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300조원, SK하이닉스 200조원을 전제로, 두 회사가 2027년에 납부할 법인세(2026년 귀속 소득 기준)가 각각 74조9000억원과 49조9000억원, 합산 124조9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2025년 국내 전체 법인세 세수 84조6000억원, 2026년 목표치 86조5000억원을 단 두 기업만으로도 초과하는 수준이다.
아래는 한국경제신문의 AI 투자플랫폼 에픽 분석을 토대로 주요 상장사 데이터를 기업별로 들여다본 결과 세수 구조 변화의 실체가 더 선명해진다. 법인세는 실효세율 18~20% 적용 기준이다.
▶반도체 ? 세수의 엔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25년 43조6000억원에서 올해 260조~310조원으로 전년 대비 500~61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57조 2천억원 확정 실적이 전망의 신뢰도를 뒷받침한다. 법인세 추정은 47~56조원. 단 파업 변수가 남아 있다. 삼성전자 단독으로만 해도 지난해 국내 전체 법인세 세수의 절반을 넘어서는 금액을 납부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23.5조원에서 올해 200~240조원, 전년 대비 750~9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37조6천억원 확정, 2분기 60조원 이상 전망이 이미 나와 있다. 법인세 추정 36~43조원. 영업이익률 72%는 제조업 역사에서 선례를 찾기 어렵다.
두 기업 합산 법인세는 83~99조원. KB증권은 2026년 기준 141조원(명목세율 25% 적용), 2027년 납부분은 124조9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측정 기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지만, 어느 기준을 써도 국가 세수의 판도를 바꾸는 규모다.
▶자동차 ? 관세 변수 속 선방
현대차 영업이익은 2025년 14.2조원에서 올해 18~21조원, 27~4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3.2~3.8조원. 미국 관세 25% 부과라는 상수가 있지만 하이브리드·전기차 수출 증가로 부분 상쇄하고 있다. 기아는 영업이익이 15~17조원, 법인세는 2.7~3.1조원이다. 현대차그룹 합산 법인세만 6~7조원에 이른다.
▶금융 ? 이자이익의 수혜
금융지주사별 올해 이익 규모는 KB금융 7~8조원(법인세 1.3~1.4조원), 신한지주 6.5~7.5조원(1.2~1.4조원), 하나금융 5~5.8조원(0.9~1.0조원). 3대 금융지주 합산 법인세 3.4~3.8조원. 금리 인상 기조와 이자이익 증가가 배경이다.
▶조선·방산·바이오 ? 신성장 가시화
HD현대중공업 올해 영업이익은 3.5~4.5조원(법인세 0.7~0.8조원)으로 전년 대비 59~105% 증가가 예상된다. 조선 수주 호조가 실적으로 전환되는 국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이 2.5~3조원(법인세는 0.5조원)으로 전년 대비 39~6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진 업종 ? 호황의 그늘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적자(-0.3조원)에서 올해 전망도 -0.5조원~1조원으로 여전히 불투명하다. EV 배터리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POSCO홀딩스는 영업이익이 1.5~2조원으로 소폭 개선되지만 철강 업황이 불투명하다. LG전자는 영업이익이 3.5~4조원으로 전년 대비 13~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인세는 0.6~0.7조원 수준으로 제한적이다.
결론적으로 12개 주요 기업만으로 법인세 95조~113조원이 추정된다. 지난해 84조6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정부 추경 기준 올해 법인세 목표치 101조3000억원을 이미 넘어서거나 근접한 수치다. 여기에 중소·중견 기업, 비상장사, 금융업 기타 법인까지 더하면 전체 법인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세무 전문가들이 초과세수가 최소 3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전체 세수는 본예산 기준 389조2000억원을 가볍게 넘어서고, 추경 기준 415조4000억원도 돌파가 확실시된다.
수출도 과거의 눈금을 깨뜨리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한국 수출은 일본, 홍콩, 이탈리아 등 경쟁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5위에 올랐다. 1분기 수출은 2199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7.8% 증가했다. 이 역시 같은 기간 역대 최대 실적이다. 4월 수출은 858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8.0% 늘었고, 무역수지는 23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31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3.5% 급증했다.
1분기 GDP 서프라이즈 이후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 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JP모간은 예상보다 강한 수출과 설비투자를 반영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연 2.2%에서 연 3.0%로 높였다. 씨티는 2.2%에서 2.9%로, BNP파리바는 2.0%에서 2.7%로, 바클레이스는 2.0%에서 2.4%로 상향했다. 3% 성장은 더 이상 낙관론자의 구호가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의 공식 전망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4%를 기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이닉스가 7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순간부터 시장의 상상력은 달라졌다.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가 예상을 뛰어넘고, 정부가 내년에 부채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대규모 증액 예산을 제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 경제가 긴 터널을 지나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낙관이다. 반도체에서 시작한 호황이 제조업 전반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론도 강력하다. 중동전쟁과 고유가, 미국 관세 불확실성, AI 버블 논란은 여전히 살아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공급 확대와 대체 기술 개발, 수요 조정을 부를 수 있다. OECD가 추정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71%, 내년 1.57%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4% 성장은 잠재성장률의 두 배가 넘는 과열 영역이다. 이미 38개 기관의 물가 전망치가 일제히 연 2.5%로 올라섰고 한국은행은 하반기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1분기에 0.2%에 그쳤다는 사실,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가 4100선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외면하기 어렵다. 호르무즈 리스크, 미국 관세 불확실성, AI 버블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한국은 중진국 터널을 벗어난 선진국 경제다. 지금의 반도체 호황을 곧바로 전체 제조업의 부활로 일반화하는 것은 성급하다. 글로벌 공급망 분절과 중국의 기술 추격, 자동차·배터리·철강 업황의 불확실성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경기 순환 분석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호황 국면
김용범 실장은 "적어도 지금 시장은, 기존 경기순환의 눈금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을 상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청와대 입성 이전 한국의 대표 이코노미스트로 불린 김 실장조차 지금의 상황을 경기순환론으로 포착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전통적인 경기순환 분석에서 한국은 어디에 있을까. 교과서적으로 보자면 2023년 상반기가 저점이다. 반도체 혹한기, 세수 펑크, 성장률 0%대라는 게 근거다. 2024년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섰고 2025년 하반기부터 확장 국면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지금은 확장 초입이다. 하지만 경기순환의 통상적인 회복 국면이라고 부르기엔 수치의 증가폭이 너무 크고, 단순한 증시 과열로 치부하기엔 기업 이익과 수출, 세수의 움직임이 맞물려 있다.
이번 호황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수치가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폭발했고, 기업 이익은 사상 최대이며, 세수도 예상보다 빠르게 늘었다. 정부가 이를 근거로 성장률과 세입 전망을 다시 보겠다는 것은 합리적이다. 오히려 기존의 보수적 추계 방식에만 묶여 있다면 정책은 현실을 뒤따라가는 데 그칠 것이다.
그러나 이 호황을 한국 경제 전체의 체질 개선으로 단정하는 것도 이르다. AI 메모리 수요가 얼마나 지속될지, 반도체 가격 상승이 언제 공급 확대와 대체 기술을 부를지, 고유가와 중동 리스크가 기업 원가와 물가를 얼마나 압박할지는 아직 의문이 있다. 잠재성장률이 2% 안팎으로 낮아진 현실도 그대로다. 지금의 수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재탄생을 증명한다기보다, 구조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슈퍼 호황이 던지는 질문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GDP 통계는 이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반도체 수요가 가격 변화를 압도하는 산업에서 기존 실질 GDP 측정 체계는 현실을 너무 느리게 따라간다. HBM처럼 성능·집적도·전력효율이 동시에 개선되는 제품은 가격 상승과 실질 생산 증가를 분리해 측정하기 어렵다.
지금 현실을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것은 무역수지, 수출 데이터, 기업 영업이익이다. 시장은 이미 그 수치를 보고 움직이고 있는데 정책은 확인된 GDP를 기다리며 뒤늦게 반응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고민도 김 실장 표현대로 "기존 프레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규모의 산업 변화를 정책 시스템이 얼마나 유연하게 흡수할 수 있느냐"에 있다.
경기순환의 눈금이 바뀌고 있다면 정책의 기준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역대급 세수를 재정 완충과 구조 개혁의 재원으로 쌓을 것인지, 아니면 확장 지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국면의 본질은 반도체가 벌어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다. 이를 미래 생산성으로 바꾼다면 이번 호황은 전환점이 된다. 청와대는 뭔가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 어떤 정부보다 ‘넉넉한 나라살림’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수정 경제전망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2027년 세입 추계와 예산 총량의 방향이 달라진다. 김 실장은 이것을 "첫 번째 분기점"이라고 불렀다. 시장은 이미 그 신호를 눈치채고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과제는 정책의 중심을 미래 생산성 확충에 두는 것이다. AI와 에너지 전환, 차세대 반도체, 전력망 확충, 공급망 안보 등 미래 세입 기반을 넓히는 지출이라면 확장재정은 설득력을 지닌다. 반대로 일회성 호황 세수를 반복성 현금 지출로 바꾸는 순간, 다음 다운사이클에서 지급해야 할 부담은 더 커진다. 이 경우 코스피 7500과 세수 400조원대의 기억은 또 한 번의 지나간 사이클로 남을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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