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술력과 공급망 경쟁력만으로는 젊은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데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적 소속감, 인플루언서 영향력 등을 넘어서야 한다는 분석이다.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샘모바일 창립자인 대니 도리스테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공개한 '우리는 삼성을 좋아하지만 애플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겪는 어려움을 분석했다.
도리스테인 CEO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세계 최대 패션 자선행사 '2026 멧 갈라'에서 삼성전자가 직면한 문제가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행사 당시 레드카펫에 오른 유명인들을 촬영하던 사람들 대다수가 아이폰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디스플레이·메모리·센서 등을 공급하는 기업인데도 Z세대와 소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품·기술 측면에선 애플 생태계를 떠받치는 핵심 기업이지만 소비자 인식과 문화적 영향력에선 애플에 밀리고 있다는 점을 짚은 셈이다.
도리스테인 CEO는 가장 먼저 마케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삼성전자 MX사업부는 애플을 겨냥한 마케팅 캠페인을 예전만큼 공격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파트너십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어조가 부드러워진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삼성이 진정으로 '갤럭시 AI'를 내세워 애플을 압박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 스스로 갤럭시 AI의 '오브젝트 지우개'가 애플의 기능보다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명확한 일대일 비교를 우리는 보지 못했다"며 "대신 그 일은 소비자들이 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들어선 점도 변수로 꼽았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여전히 막대한 판매량을 올리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예전만큼 흥미를 유발하는 제품은 아니게 됐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쓰는 앱은 제한적이고 카메라 성능은 이미 충분히 향상된 상태다. 결국 최신 스마트폰을 사는 이유는 성능 개선만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감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도리스테인 CEO의 설명이다.
도리스테인 CEO에 따르면 여기서 삼성전자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Z세대는 '삼성 그룹'에 속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이들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들 대다수가 아이폰을 쓰고 있다면 굳이 갤럭시로 옮겨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도리스테인 CEO는 "이것이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직면한 현실"이라며 "그는 라인업 전반의 하드웨어 최적화, 모든 기기 원 UI 적용 등 여러 면에서 잘해내고 있지만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은 찾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지역별 문화·인플루언서 중심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단위의 획일적 캠페인보다 지역별 문화와 젊은 소비자의 취향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옷차림에 맞춰 색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폰 측면 RGB LED를 달거나 더 작은 폼팩터 제품을 선보이는 등 기존 문법을 벗어난 시도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도리스테인 CEO는 "노 사장의 최적화에 대한 집착은 멈춰야 하며 최소한 혁신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며 "최적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혁신을 가로막아선 안 되고 최적화가 한 세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아님은 분명하다"고 했다. 성능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전략만으로는 Z세대가 원하는 상징성·소속감을 만들기 어렵다는 얘기다.
도리스테인 CEO는 삼성전자가 더 이상 공개적으로 협력사이자 경쟁사인 애플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나은 이야기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어떤 회사인지, 실제로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강조하면서 자사의 혁신이 가장 큰 경쟁사 제품을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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