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기표냐, 보수 결집 불씨냐…'10~20% 유보층' 어디로

입력 2026-05-14 15:14   수정 2026-05-14 15:23


6·3 지방선거 막판 판세를 가를 변수로 유보층 표심이 떠올랐다. 선거 초반 여당 우세 흐름이 이어졌지만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주요 승부처에서 격차가 좁혀지는 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다. 부산 북구갑, 경기 평택을, 울산시장 선거처럼 다자 구도가 형성된 지역에서는 유보층의 막판 선택과 단일화 여부가 판세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최근 주요 선거보다 높은 무당층
이번 선거 무당층 규모는 최근 주요 선거보다 크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말 조사에서 무당층은 27%였다. 지난해 대선 16%, 2024년 총선 19%, 2022년 지방선거 17%, 2021년 대선 16%보다 8~1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조사 방식에 따른 차이도 컸다.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20%대 후반까지 잡히는 반면, ARS 조사에서는 한 자릿수에 그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27%, 전국지표조사(NBS)에선 태도 유보층이 29%였지만, 리얼미터 5월 1주차 ARS 조사에선 8.5%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격차 자체가 이번 유보층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본다. 기존 지지 정당에 실망했지만 아직 다른 정당으로 이동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지지 정당 없음’이나 ‘모름’으로 잡히는 반면, ARS에서는 응답을 중도 포기하거나 기존 정치 성향대로 답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선 전화면접 기준 광의의 무당층이 30% 안팎이라도 실제 투표장에 나올 스윙보터는 10~15% 수준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 10~15%가 접전지에서는 승부를 가를 수 있는 규모라는 점이다. 선거 초반 크게 벌어졌던 격차가 좁혀지는 지역도 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 의뢰로 지난 12~13일 실시한 서울시장 조사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4.9%,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39.8%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에서 10.2%포인트였던 격차가 5.1%포인트로 줄었다. 동아일보 조사에서도 서울은 정 후보 46%, 오 후보 38%, 부산은 전재수 민주당 후보 43%,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41%로 나타났다.

대구도 접전 양상이다. 뉴스1·한국갤럽이 지난 9~10일 대구시민 8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부겸 민주당 후보는 44%,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41%로 오차범위 내였다. 지난달 10~11일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김 후보 53%, 추 후보 36%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앞서 4월 말 대구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김 후보 44%, 추 후보 35%로 집계됐고, 지지 후보 없음·무응답 등 태도 유보층도 21%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영남권 등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후보들이 격차를 좁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감지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큰 흐름이 바뀌지 않았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보수층 결집으로 따라 올라오는 흐름은 있지만 큰 흐름은 안 바뀐다”며 “아직 중도층이 10~20% 정도 남아 있는데, 이들이 결국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기표보다 국힘 유보표에 가까워
이번 유보층을 민주당으로 향하는 대기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정치권에서는 무당층 안에 정치 저관여층뿐 아니라 민주당에 불만이 있는 소극 진보, 국민의힘에 실망한 소극 보수, 양쪽을 모두 비판적으로 보는 보수 성향 중도층이 섞여 있다고 본다.

핵심은 국민의힘에 실망한 보수 성향 유보층이라는 평가다. 계엄·탄핵 국면과 장동혁 대표 체제 이후 국민의힘 노선에 거부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정당 지지 응답을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적극 지지해서라기보다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 때문에 투표 의사가 약해진 층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수도권과 충청, 강원에서는 무당층이 민주당 우세를 굳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무당층 일부가 민주당 후보를 적극 선택하지 않더라도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으로 투표를 포기하거나 제3지대 후보로 빠지면 결과적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영남권과 재보궐 접전지에서는 막판 보수 결집 여부가 변수다.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가 대표적이다. 뉴스1·한국갤럽 조사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는 39%, 한동훈 무소속 후보는 29%,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21%였다. 박 후보와 한 후보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하 후보를 웃도는 만큼, 보수 성향 유보층의 최종 선택과 후보 간 단일화 여부가 막판 변수로 꼽힌다.

평택을 재선거도 유보층과 단일화 변수가 맞물린 지역이다. 같은 조사에서 김용남 민주당 후보는 29%,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는 24%,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는 20%였다. 다만 김용남·조국 후보 단일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6%, 찬성은 29%로 나타나 단일화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울산시장 선거도 단일화 논의가 변수다. 김상욱 민주당 후보와 김종훈 진보당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을 벌인다는 조사들이 나오면서 범여권 단일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민주당에도 변수는 남아 있다. 국민의힘이 막판 보수 성향 유보층을 다시 끌어모으려면 민주당의 감점 요인을 부각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조작기소 특검, 사법개혁, 부동산 정책 같은 이슈는 국민의힘 혼선에 가려져 있을 뿐 사라진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국민의힘의 혼선 때문에 민주당의 감점 요인이 뒷전으로 밀려 있지만, 보수가 전열을 재정비하면 특검법이나 대장동 항소 포기, 사법개혁 등 민주당 관련 쟁점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가치관과 계엄·탄핵 이슈가 충돌한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하거나 소극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며 “반대로 막판에 ‘그래도 민주당은 안 된다’는 정서가 살아나면 영남권과 재보궐 접전지는 다시 출렁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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