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조정에서 △경제적부가가치(EVA) 기반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유지 △반도체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등을 절충안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영업이익의 15%(올해 예상치 기준 약 45조 원)의 성과급 재원 마련 △성과급 상한 폐지 명문화를 고수했다. 성과급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투명하고 고정적인 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사측은 기존 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되 경영 성과에 따라 특별성과급을 결합하는 ‘유연한 보상 제도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새벽 협상 결렬 직후 “17시간 중 대기 시간만 16시간이었다”며 “바뀐 안건이 없는 조정은 총파업 동력을 저해하려는 의도로 보여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노위 조정안은 성과급 상한 유지 등 오히려 퇴보한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가처분 심문 직후에도 “사후 조정까지 5개월 동안 교섭을 하면서 회사의 안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며 “파업 종료 전까지 회사와의 추가 대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노조 측이 이날 오전까지 집계한 파업 참여 인원은 4만2000명이다. 노조는 최종적으로 5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라인 시설 점거 등 불법 행위 없이 적법하게 쟁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이에 대해 노조가 경영 실적과 무관한 ‘경직된 성과급 제도화’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마지막까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대화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반도체 라인 특성상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일일 1조 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며, 파업 장기화 시 영업이익은 최대 10조 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30조 원 규모의 직접 손실 우려는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라는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도 “공급망 안정성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긴급조정 필요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노동조합법 제76조에 근거한 긴급조정권은 발동시 즉시 쟁의행위를 30일간 금지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다.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과 2005년 항공사 파업 당시 발동된 바 있으나, 이후 21년간 사용되지 않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어떻게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직 파업 예정일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노사 간 대화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말로 대신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최후의 순간에는 법적 장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김채연/곽용희/강해령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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