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 나선 트럼프…이란 때문에 中에 한 수 접어주나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5-14 06:47   수정 2026-05-14 06: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13일 밤,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한국시간으로 오전 11시(중국 베이징 시각 10시)에 양자회담에 나설 예정인데요. 미중 간 전략적 빅딜을 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여러 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두 가지 핵심 의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무역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그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지난해 관세전쟁 때부터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아 왔는데요. 아직 뾰족한 성과는 아직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관세전쟁의 과실을 지금 수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위해서 양국이 참여하는 무역위원회 설치 등을 이번에 협의해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함께 동행한 기업인들의 면면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내려고 하는지가 비교적 뚜렷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중국 내에서 테슬라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자율주행차, 로보택시 관련 규제 완화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 사료회사 카길 CEO 나 항공사 보잉 CEO 등이 동행한 것은 이 분야에서 미국산 상품 수출 계약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블랙록 블랙스톤 마스터카드 비자 씨티은행 같은 주요 금융회사 CEO가 다수 동행하는 것도 눈에 띄는데요.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렸듯이 중국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이들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젠슨 황 CEO의 동행이 특히 눈길을 끌고 있죠.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문제가 이번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인 H200 에 대해서 트럼프 정부는 처음에는 수출을 막다가 풀어줬는데, 중국 정부가 오히려 자국 기업들이 이 칩을 사는 것을 막으면서 경계하는 양상인데요. 궁극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에, 희토류나 핵심광물 문제를 다루면서 반도체 수출통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친구이며 관계가 좋다고 과시했는데요. 이란과 관련해 긴 대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가 곧 말을 바꿔서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만, 먼저 말한 것이 속마음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회담 자체가 3월 말에 예정되어 있다가 이란 전쟁 때문에 6주 가량 늦어진 상황입니다. 중국과의 회담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백악관 고위관계자들이 기자들과 전화로 브리핑을 했는데, 이날 내용을 종합해 보면 무역 분야에서는 준비된 것이 조금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의제의 다양성에 비해 실제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오히려 무역 문제와 같은 기존의 핵심 쟁점들을 두고 이란 전쟁과 거래해야 하는 사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관측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밀어붙일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맞으러 시진핑 주석이 아니라 한정 부주석이 나온 것도 중국이 미묘하게 자기 위치를 과시한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이 이란 문제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지 않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큰 체면 손상이기도 하고 또 시 주석으로서도 미중관계를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베이징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서 미중관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선호해 왔는데요.

앞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란 전쟁이 발발한 후 처음으로 지난 6일에 베이징을 찾아서 입장을 조율하기도 했던 만큼, 중국이 이란과 미리 상의한 대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과 관련해 어떤 도움을 줄 여지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대가로 미국이 어떤 카드를 양보해야 하는가입니다. 예컨대 미국산 농산물 등 구매 규모 측면에서 예상보다 초라한 숫자를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수백억달러 규모, 약 수십조원 수준이 거론되었는데요.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중 시에는 2000억달러어치 구매를 중국이 약속했던 것보다 훨씬 작습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 카드를 중국을 상대로 쓰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대만에 더 많은 미국산 무기가 공급될 것이라고 압박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팔기로 했던 무기 판매 계약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이를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뜻을 밝혀 온 만큼, 실제로는 이란 문제에서 양보를 얻어내면서 대만 관련 이슈에서도 좀 더 유화적인 태도,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일 여지도 있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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