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공식이 바뀌고 있다. 명동 면세점과 단체버스 대신 등반 배낭을 멘 자유여행객들이 북한산과 설악산으로 향하고 있다. K-팝과 K-푸드에 이어 한국의 산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K-등산' 열풍이 인바운드 관광 지형까지 바꾸는 모양새다.18일 업계에 따르면 K-콘텐츠 확산과 함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방한 외국인은 47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산악 관광이 새로운 체험형 콘텐츠로 주목받으며 등산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은 205만 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으로 여행을 와서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은 113만1483명으로 국내에 사는 외국인(91만9414명)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방문객은 한라산(27만1443명)이 가장 많았고, 해상 국립공원이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산악형 국립공원 중에서는 설악산(11만1731명)이 외국인 방문객이 두드러졌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설악산은 '한국 여행 시 반드시 가봐야 할 명산'으로 통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절경, 케이블카와 잘 정비된 등산로, 서울에서 KTX와 시외버스로 닿을 수 있는 접근성까지 갖추면서 외국인 입문 등산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 인근에 있는 켄싱턴호텔 설악에 따르면 최근 3~6월 주중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호텔 측은 국내 단체 관광객 중심이던 설악산이 이제는 자연과 하이킹을 즐기려는 외국인 개별 여행객들의 목적지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여행 동선도 달라지고 있다. 크게 두 가지 패턴을 보인다. 서울 출발 후 강원도의 방탄소년단(BTS) 촬영지 등 K-팝 성지를 순례한 뒤 설악산 등반으로 마무리하는 코스다. 또, 더 긴 호흡의 전국 일주형도 있다. 서울을 거쳐 부산의 사찰과 바다를 경험하고, 안동 하회마을에서 한옥 문화를 체험한 뒤 설악산 하이킹으로 끝을 맺는 방식이다.
제주의 해녀 문화, 전남의 정원 관광, 부산의 사찰 콘텐츠에 이어 강원의 산악 관광까지 부상하면서 지역 체험형 콘텐츠가 인바운드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해온 지역 관광 활성화 정책이 한류 콘텐츠와 결합하며 실제 관광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업계도 변화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켄싱턴호텔 설악은 설악산 자연환경과 박물관 호텔 콘셉트, 영국식 클래식 테마를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며 외국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배낭만 메고 호텔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것은 한국 여행 목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쇼핑 중심에서 자연·체험형 관광으로 수요가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이 흐름을 일시적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K-등산 열풍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글로벌 여행 소비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며 "럭셔리 쇼핑 중심 관광에서 웰니스·아웃도어·로컬 체험형 여행으로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설악산과 북한산 풍광이 확산하면서 외국인 젊은 층 유입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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