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kg 빠지고 뼈말라 돼서 좋아했는데"…비만치료제의 그늘

입력 2026-05-19 08:54   수정 2026-05-19 09:41


빠른 체중 감량 효과로 인기를 끌고 있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근육 손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만율 하락과 대사질환 개선이라는 성과에도 일부 복용자에게 피로, 운동능력 저하가 나타나면서 '감량의 질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간 제지방 감소는 건강 관리에 부정적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젬픽, 마운자로, 젭바운드 같은 GLP-1 약물은 공중보건과 제약사 모두에 큰 성공을 안긴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부 복용자는 지방과 함께 근육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1300만명에 이른다.

애틀랜타에 사는 30세 채널 로빈슨은 마운자로를 복용하며 체중을 거의 100파운드(약 45㎏) 줄였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으로 낮아졌고, 다낭성난소증후군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복용을 시작한 지 거의 3년이 된 지금 그는 날씬해진 삶의 숨은 비용을 경험하고 있다.

로빈슨은 매일 근육 피로를 느낀다고 말했다. 몸이 약하고 허약하며 자주 춥다고 했다. 낮 동안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있고, 병뚜껑을 여는 일 같은 기본적인 작업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GLP-1 약물은 빠르고 상당한 제지방(체지방을 제외한 수분, 근육, 뼈, 장기 등 인체를 구성하는 나머지 조직의 무게) 손실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 규모는 최대 10%에 이를 수 있다. 이는 10년 이상 노화에 해당하는 수준과 비교된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 지방이 줄어드는 것은 일반적인 식이요법에서도 나타나지만, 짧은 기간에 큰 폭으로 발생하면 허약, 불안정성, 협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의사와 연구자들은 말한다.
근손실에 따른 대사율 하락...체중 증가 가능성 키워
또 다른 우려는 근육 손실이 대사율을 낮춰 체중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이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수석연구원 대니얼 그린은 “우리는 허약을 조장하면서 비만을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지방이 빠지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곧 약하고 무기력함을 느끼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린의 연구는 규칙적인 근력운동이 근육 손실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약 상자에 “저항운동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고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GLP-1 복용을 단순한 식욕 억제나 체중 감량 치료가 아니라 운동과 영양 관리가 결합된 장기 치료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제약사들은 비만치료제를 의사 조언에 따라 식이와 운동을 포함한 장기 계획의 일부로만 복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젭바운드 제조사 일라이릴리 대변인은 "미국 식품의약국 지침이 이 약을 신체활동 증가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속 가능한 체중 감량은 체중계 숫자 이상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임상시험에서 사용자들이 일부 제지방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방 감소율보다는 훨씬 낮았다"고 밝혔다. 노보노디스크 대변인 리즈 스크르브코바는 "위고비 임상시험에서 근육량 변화가 위약을 복용한 환자와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사용자들이 제지방보다 지방 체중을 세 배 더 많이 줄였다"고 설명했다.

덴버에 사는 30세 레이나 킹스턴은 젭바운드 주사를 맞은 다음 날 극심한 피로를 느껴 기본적인 일 외에는 거의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바쁘지 않은 월요일에 피로가 오도록 투약일을 일요일로 옮겼다. 너무 약해져 침대에 누워 있으면 파트너가 식사를 가져다줬다고 했다.

킹스턴은 운동을 중단했고, 의사로부터 근력운동이나 근육 유지에 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위해 레딧 게시판에 의존했다고 했다. 결국 피로에 좌절해 두 달이 채 되기 전에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골다공증, 이동성 제한이 있는 사람에게 빠른 근육 손실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유타대 부교수 카츠 후나이는 "근육량 손실이 이동과 삶의 질에 해롭고 안전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고령 미국인은 7월부터 메디케어를 통해 GLP-1을 받을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지방 중심 '요요' 가능성 커
체중 감량제를 약간의 체중을 줄이는 빠른 해결책으로 쓰는 데 대한 의사와 규제당국의 반발도 있다. 영국의학저널에 최근 발표된 분석에 따르면 GLP-1 복용자는 생활습관 개입으로 체중을 줄인 사람보다 네 배 빠르게 체중이 다시 늘고, 되돌아온 체중은 대체로 지방인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은 현재 이 약물을 어떻게 중단할지에 관한 지침이나 연구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로빈슨에게 약을 처방한 전문간호사는 근육량 유지를 위해 저항운동이 필수라는 점을 경고하지 않았다고 로빈슨은 말했다. 그는 운동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지금은 주 1회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 유행을 막기 위한 속도전 속에서 체중 감량만을 성공의 단일 지표로 삼는 접근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린은 사람들이 체중을 결과 지표로 숭배하는 이유가 단순하고 빠르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방량과 근육량이며, 이를 측정하려면 MRI가 필요해 비용이 더 든다고 설명했다.

영국 셰필드의 부동산 관리자 그레이스 파킨은 2024년 마운자로 복용을 시작한 뒤 125파운드를 감량했다. 그는 건강한 체중이 되는 한 근육량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약을 처방한 의사는 운동하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약을 판매한 약국은 운동과 단백질 섭취 정보를 제공했다고 했다. 파킨은 운동하지 않았고, 곧 몸 안쪽에서 느껴지는 '죽음 같은 추위'라는 부작용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체중 감량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계속하겠다고 했다.
부작용 최소화 약물 개발 활발
부작용에 대응해 제약사들은 제지방을 보존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데 초점을 둔 체중 감량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 그런 약물에서 유망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9월 유사한 약물의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비만치료제는 원래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이라는 만성질환의 평생 치료제로 설계됐다. 그러나 점점 생활습관 개선용 해법처럼 마케팅되고 있다.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는 출산 후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GLP-1을 사용했고,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 원격의료회사의 체중감량 약물을 홍보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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