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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유럽에서 전기차(EV)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인 뉴 오토모티브와 산업단체인 E-모빌리티 유럽이 로이터 통신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서 4월 신규 EV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이 데이터는 유럽 연합(EU) 및 유럽 자유 무역 연합(EFTA) 자동차 판매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16개국 시장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다.
로이터는 EV가 이미 대중화된 덴마크와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EV 보급이 더딘 이탈리아와 같은 시장에서도 EV의 강력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 브랜드인 세아트와 쿠프라의 CEO인 마르쿠스 하우프트는 5월 초 전체 주문의 60%를 EV 주문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목표치인 25%를 훨씬 웃도는 수치라고 했다. 하우프트는 "올해 EV 생산량을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볼보 자동차의 최고영업책임자 에릭 세베린손은 볼보 EV의 주문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가 상승에 가장 민감한 고객층을 보유한" 엔트리급 소형 전기 SUV인 EX30의 주문량이 가장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EV 보급률이 낮은 남유럽 시장에서도 완전 전기차에 대한 고객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EV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의 르노는 4월 영국 내 차량 등록의 50%가 EV였으며,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영국 웹사이트의 EV 관련 문의가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문량보다 늦게 반영되는 4월 등록 건수는 이란 전쟁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반영하는 첫 번째 수치이다. 르노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EV 수요 급증은 자동차 산업에 절실히 필요한 활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EV 수요 급증을 예상하고 막대한 투자를 해왔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EV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손실을 반영하기도 했다. 포드자동차는 작년말, EV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을 대폭 수정하면서 총 195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대규모 특별 손실을 회계처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에 의한 에너지 공급 차질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급등하자 자동차 구매자들의 계산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영국에 본사를 둔 EV 회사 옥토퍼스의 CEO인 구르지트 그레왈은 "이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옥토퍼스는 4월에 신형 전기차 수요가 전년 대비 95% 증가했고, 중고 EV 수요는 16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순수입국인 영국은 특히 유가 상승과 식료품 가격 상승에 취약하다.
중국의 EV 브랜드들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특히 저렴한 모델을 제공하는 중국 브랜드의 검색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독일의 자동차 거래 플랫폼 카르보우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EV 문의 비중이 약 40%에서 75%로 증가한 반면, 일반 휘발유 차량 문의는 33%에서 16%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카르보우 독일 지사장 필립 세일러 폰 아멘데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제조업체들의 강력한 성장세”라고 말했다. 카르보우는 1분기에 자사 웹사이트에서 BYD에 대한 구매 문의가 무려 25,000% 증가했으며, 립모터,샤오펑 등에 대한 문의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경쟁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OLX는 프랑스 웹사이트에서 EV에 대한 고객 문의가 전쟁 발발 이후 80% 증가했다고 밝혔다.
1970년대 이후 연료 가격이 급등했을 때에도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은 차로 갈아탔지만, 연료비 부담이 줄어들자 다시 연비가 낮은 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란과의 분쟁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안보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라고 OLX의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티안 기시는 말했다. 그는 "유럽인들은 전기 자동차에 대해 '언젠가는'이라고 생각해왔다”면서 유가 급등으로 그 생각이 ‘지금 당장’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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