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이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강화하는 방향의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자체의 관리 한계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농지를 방치하거나 편법적으로 보유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위성 이미지, 항공 촬영, 드론 기술까지 동원되는 국가 차원의 상시 감시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하나씩 짚어보고, 농지 보유자 입장에서 어떤 대응 전략이 필요한지 실무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실효성 강화”
이번 농지법 개정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단순히 규정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부분을 보완하고, 우회 가능했던 허점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① 민간 조사원까지 토지 출입 권한 확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조사 권한 강화입니다.
사실 토지 출입 근거 자체는 이미 2023년 농지법 개정을 통해 마련돼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농식품부·지자체 공무원이나 한국농어촌공사 임직원 등으로 권한이 제한돼 있었고, 지방정부가 단기 채용한 민간 조사원은 반드시 공무원과 동행해야만 현장 점검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민간 조사원에게도 직접 출입 권한이 부여됐습니다.
이는 전국 195만 헥타르 규모 농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전수조사를 보다 빠르고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조사 거부나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제재까지 가능해진 만큼, 앞으로는 현장 조사 자체를 회피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② 처분명령, 이제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
기존에는 농지법 위반이 적발되더라도 실제 처분명령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역별 편차가 상당했습니다.
지방정부 재량에 따라 유예되거나 사실상 관리가 느슨하게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 부분을 크게 바꿨습니다.
앞으로는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처분명령이 의무적으로 내려집니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 관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까지 신설됐습니다.
즉, “지자체가 봐주면 괜찮겠지”라는 식의 기대 자체가 어려워진 구조입니다.
③ 가족 명의 편법 이전도 차단
그동안 농지법 위반 시 가장 많이 활용되던 우회 방식 중 하나는 가족 간 명의 이전이었습니다.
배우자나 자녀, 혹은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형식적으로 농지를 넘겨 처분명령을 피하는 방식입니다.
실질적 소유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법적 의무만 회피하는 구조였죠.
이번 개정안은 이 부분도 정면으로 차단했습니다.
앞으로는 처분명령을 받은 농지를 배우자·직계존비속·본인 지배 법인 등에 이전하더라도 적법한 처분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세대 분리만 해놓고 가족에게 넘기는 방식 역시 사실상 회피 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즉, 이제는 명의 이전 자체보다 “실질적으로 처분됐는가”가 핵심 기준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④ 불법 임대차 신고포상금제 도입
이번 개정안에서 현장 체감도가 가장 클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이 조항입니다.
농지 불법 임대차는 원래 적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당사자끼리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고, 전국 농지 임대 실태를 행정기관이 모두 파악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고포상금 대상에 불법 임대차가 포함됩니다.
이는 사실상 민간 감시망이 공식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즉, 과거에는 관행처럼 유지되던 비공식 임대차 관계가 앞으로는 이웃 주민이나 이해관계인의 신고만으로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특히 농지은행을 거치지 않은 사적 임대차를 유지하고 계신 분들은 이번 변화를 단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실질적 리스크 확대라는 관점에서 받아들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만 강화된 것은 아니다. 상속농지 규제는 일부 완화
이번 개정안이 규제 강화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구조 현실을 반영한 완화 조치도 함께 포함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속농지 보유 제한 완화입니다.
기존에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상속인이 보유할 수 있는 농지 면적이 1만㎡(약 3,024평)로 제한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이 면적 제한이 전면 폐지됩니다.
다만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직접 영농이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한 위탁 임대를 해야 합니다.
즉, “소유 자유는 확대하되, 실제 농업 활용은 유지하겠다”는 방향입니다.
지금 반드시 점검해야 할 실무 체크리스트
제도가 바뀌면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농지를 보유하고 계신다면 아래 사항은 반드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보유 농지 현황부터 다시 확인하십시오.
상속이나 증여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게 농지를 보유 중인 사례가 의외로 많습니다.
정부24와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전체 보유 현황을 먼저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취득 시점과 자경 의무 여부를 확인하십시오.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 농지는 원칙적으로 자경 의무 적용 대상입니다.
등기부상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 의무 대상인지부터 체크하셔야 합니다.
셋째, 위성지도 기준으로 내 토지를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네이버·카카오 위성뷰와 로드뷰만으로도 상당 부분 사전 점검이 가능합니다.
컨테이너 적치, 자재 방치, 타인 차량 점유 등이 없는지 미리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넷째, 농지은행 위탁 임대를 적극 검토하십시오.
직접 영농이 어렵다면 기존 관행적 임대차를 유지하기보다 합법적 위탁 임대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다섯째, 세무·행정 리스크는 사전에 상담받으십시오.
8년 자경 감면 요건, 위탁경영 가능 여부, 처분명령 대상 여부 등은 사후 대응보다 사전 검토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제 농지는 ‘보유’보다 ‘관리’의 시대
이번 농지법 개정안의 핵심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닙니다.
정부가 이제 농지를 단순 소유 자산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관리 대상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이번 전국 전수조사를 계기로 향후에는 농지 관리 전담 체계까지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속농지를 보유하고 계시거나 직접 영농이 어려운 분들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농지은행 위탁 임대 등 합법적인 관리 구조로 미리 전환해 두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농지 시장은 “가지고 있는가”보다 “법적으로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 본 칼럼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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