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찾은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국제공항 국제선 도착 라운지는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3000억원이 넘게 든 강원도의 유일한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무색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오늘은 공항이 영업하지 않는 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국내선 쪽에는 그나마 사람이 있었습니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제주행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었고 일부 시민들은 탑승 수속을 밟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주행 승객들이 비행기에 오르자 공항에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양양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편은 오전·오후 1회씩, 제주에서 양양으로 오는 항공편도 오전·오후 1회씩입니다. 하루 4편이 전부였습니다.

양양에 10년째 살고 있다는 탑승객 박모 씨는 "오늘이 양양국제공항을 온 두 번째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보통 제주도로 갈 돈이면 일본을 간다는 생각에 인천국제공항으론 많이 갔지만, 양양국제공항은 솔직히 갈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양양종합여객터미널을 가보니 박모씨의 말이 더 와닿았습니다. 터미널 한쪽에 위치한 '인천공항행 고객 대기실'에는 캐리어를 든 수많은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공항 안내 관계자는 "이게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알렸습니다. 2023년 5월 유일한 취항사였던 플라이강원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한동안 정기 노선 운항이 사실상 중단됐고 지난해 파라타항공 인수 이후에야 오전·오후 2번씩 비행기가 뜨게 됐다는 부연입니다.

특히 대구에서는 TK신공항이 선거판을 흔드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공항 재원과 추진 방식이 주요 공방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에서 김 후보가 의미 있는 흐름을 만든 데에는 신공항 추진에 이재명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TK 신공항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신공항을 성사시킬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지역경제연구에 실린 연구는 가덕도신공항 건설비용 시나리오를 놓고 지역 간 산업연관모형으로 파급효과를 분석했는데, 전국 생산유발효과의 63.3%, 부가가치유발효과의 66.5%, 취업유발효과의 73.3%가 부산 지역경제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TK신공항이 건설과 운영 단계에서 생산유발 약 13조원, 부가가치유발 약 5조원, 취업유발 약 12만명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물론 이런 추정치는 실제 사업비와 수요,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역이 신공항을 원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항 하나를 갖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수도권과 인천공항에 집중된 항공·물류·관광 수요를 나누고 지역 산업의 외부 연결성을 높이려는 기대가 깔려 있습니다.

강원도는 이미 뛰어난 자연 자원을 갖춘 곳입니다. 양양과 속초, 강릉, 낙산해수욕장을 비롯한 동해안 관광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진 문제는 공항과 지역 관광지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양양국제공항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교통편은 안내판 상으로는 다양했습니다. 마을버스와 무료 셔틀버스, 시외버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운행 횟수는 하루 두세 차례 수준이었습니다. 비행기가 하루 4편뿐이다 보니 양양국제공항과 양양종합여객터미널을 잇는 마을버스는 하루 3회, 강릉역과 양양국제공항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도 각각 2회 수준이었습니다.
양양국제공항 관광안내 관계자도 한계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전세기가 한 번씩 오지만 외국인 관광객 상당수는 곧바로 서울로 이동한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속초나 강릉에 쇼핑몰 등 관광 인프라가 구축이 되지 않다 보니, 동남아 분들은 오시면 바로 또 서울로 가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공항이 있어도 소비가 지역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낙산해수욕장 인근 식당 사장도 "가더라도 속초나 강릉을 많이 가지"라고 했습니다. 양양은 서핑 수요가 있지만 속초나 강릉에 비해 체류하며 쓸 거리가 많지 않다는 말입니다.


5년 누적 영업손익이 1000억원을 넘는 곳은 무안국제공항(-1348억원)과 양양국제공항(-1065억원)뿐입니다. 울산공항(-968억원)과 여수공항(-965억원)도 '마이너스 1000억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무안공항은 현재 여객기 참사 이후 폐쇄된 상태지만, 개항 전부터 수요 예측과 접근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됐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 양양국제공항과 무안공항의 실제 이용객은 당초 수요예측 대비 각각 13%, 9%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김해공항이 예상 밖 선전을 보이는 배경에는 부산이 쌓아온 관광 콘텐츠와 지하철 등 우수한 이동 편의성에 외국인 관광객 급증이라는 뜻밖의 호재까지 맞물리며 단숨에 반등 계기를 마련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수요가 집중되는 공항은 흑자가 커지고, 배후 수요와 노선이 부족한 공항은 매년 적자를 쌓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적자 공항 상당수가 지역균형발전과 관광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일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거나 정치적 결단으로 추진됐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도 적자 지방공항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연구원은 국제금융기구(IMF) 사태 이후부터 코로나19까지 국내외 불안정 기조와 대체교통수단 발달의 영향으로 대부분 지방공항이 적자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TK신공항 공식 추진 자료는 주변 개발 구상에 관광문화단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벤션·숙박·휴양·문화·레포츠 시설 등을 갖춘 체류형 복합 관광문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광역철도와 고속도로, 도로망 확충도 함께 제시돼 있습니다.
관건은 이 계획이 실제 수요로 이어지는지입니다. 경북 항공정책 자문회의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광자원은 기본이고 교통수단·음식·쇼핑·지역 주민의 태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도 공항 수요 예측에서 낙관 편향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공항 투자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고, 항공 수요는 경기와 유가·관광 패턴·대체교통수단·감염병 같은 변수에 크게 흔들립니다.
불 꺼진 양양국제공항 라운지는 우리의 낙관이 언제든 사회적 비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양양국제공항부터 앞으로 들어설 신공항들까지, 국내 공항들이 단순한 이동 통로를 넘어 지역의 가능성과 미래를 여는 관문으로 자리 잡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신현보/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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