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목표비중 20.8%로 높인다…“당장 매도폭탄 없다”

입력 2026-05-28 18:23   수정 2026-05-28 18:25

이 기사는 05월 28일 18: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대폭 높인다. 반도체주 랠리로 실제 국내주식 비중이 크게 불어난 상황을 자산 배분 체계 안에 반영한 것이다.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도 한시적으로 넓히기로 하면서, 시장이 우려해온 대규모 매도 충격은 당분간 제한적일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회의를 열고 2026년 자산군별 목표 비중과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는 2026년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조정했다. 상법 개정 등에 따른 국내주식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 가능성과 실제 보유 비중 확대 상황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체계에서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목표 비중 14.9%를 기준으로 SAA 허용범위와 전술적자산배분(TAA) 허용범위를 활용해 국내주식을 탄력적으로 보유할 수 있었다. SAA는 장기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목표 비중과 실제 비중 사이의 차이를 일정 범위까지 허용하는 장치이고, TAA는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게 한 운용 재량이다. 기존에는 SAA 허용범위 ±3%포인트와 TAA 허용범위 ±2%포인트를 더해 국내주식을 최대 19.9%까지 보유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번 결정으로 완충지대는 더 넓어졌다. 국내주식 목표 비중 자체가 20.8%로 높아진 데다, 기금위가 변동성이 큰 국내주식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SAA 허용범위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다만 허용범위가 기금운용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폭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새 목표 비중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목표 비중 현실화와 허용범위 확대가 함께 이뤄지면서 당장 대규모 매도에 나설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리밸런싱 규칙도 함께 손질했다. 기금위는 일일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줄이는 등 시장 영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개선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한 국내주식 리밸런싱 한시 유예는 예정대로 다음달 말 종료된다. 다만 유예 종료와 동시에 기계적인 대규모 매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목표 비중 현실화, SAA 허용범위 확대, 리밸런싱 속도 조절을 함께 적용하는 구조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올해 반도체주 중심의 코스피 랠리로 빠르게 불어났다. 기금위는 지난 1월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높이고 6월까지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주식 평가액이 급증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8~9%를 보유한 최대 장기투자자인 만큼, 시장에서는 목표 비중 초과분을 줄이기 위한 매도 가능성을 주요 수급 변수로 주시해왔다.

이번 조정으로 국내 증시 수급 부담은 상당 부분 완화될 전망이다. 목표 비중만 보면 실제 비중과 여전히 차이가 있지만, SAA 허용범위 확대와 일일 리밸런싱 규모 축소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매도 물량이 단기간에 집중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발 매도 우려가 잦아들 경우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중심의 코스피 상승세에 기관 수급까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기자산배분 방향도 확정됐다. 기금위는 기존의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2031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로 정했다. 2027년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2026년과 같은 20.8%로 유지된다. 해외주식은 35.6%, 국내채권은 21.8%, 해외채권은 7.4%, 대체투자는 14.3%로 정해졌다.

다만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증시 랠리에 맞춰 자산 배분 규칙을 손보는 데 대한 우려도 남는다. 국민연금은 2021년에도 동학개미 열풍과 정치권의 매도 자제 압박 속에 국내주식 목표 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넓혔다. 당시에는 시장 충격 완화가 명분이었지만 이듬해 글로벌 긴축과 증시 조정이 겹치면서 국내주식 수익률은 -22.76%로 떨어졌다. 단기 수급 안정과 장기 자산 배분 원칙 사이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은 셈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중기자산배분은 최근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해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원칙과 유연성이 조화되는 기금운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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