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날아온 이슬람 문화'…ACC, '자밀 프라이즈' 전시 개막

입력 2026-05-29 12:03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오는 8월 23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자밀 프라이즈: 무빙 이미지(Jameel Prize: Moving Images)' 전시를 연다.

이 전시는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 아랍에미리트 아트자밀(Art Jameel)과 함께 마련한 국제협력 순회전시로,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ACC에서 세 번째로 개최된다.

자밀 프라이즈는 2009년 이후 3년마다 열리는 국제 공모전이다.

V&A는 2006년 자밀 이슬람 미술관(Jameel Gallery of Islamic Art)'을 재건축한 뒤 이슬람 미술과 문화, 역사, 사회, 사상에서 영감을 받은 동시대 미술과 디자인을 소개하고자 자밀 프라이즈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자밀은 아트 자밀의 설립 배경인 자밀 가(家)를 의미하며 동시에 아랍어로 '아름다운, 훌륭한'을 뜻한다.

전시에서는 300여 건의 출품작 가운데 최종 선정된 7개 팀의 작품(영상·설치·사운드·VR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주제인 무빙 이미지(moving images)는 영화와 비디오, 디지털 영상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작업을 뜻한다.

동시에 감정적으로 강하게 울림을 주는(moving) 의미도 담았다.

전시를 기획한 V&A의 레이첼 데드먼 큐레이터는 "무빙 이미지는 이야기를 전하고, 주류 미디어에서 쉽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담아내 역사와 장소를 더 친밀하고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형식이어서 이번 전시 주제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슬람 문화유산이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읽히고, 미래를 향한 질문으로 이어지는지를 작가의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7개 팀의 작가 중 최종 수상자인 칸다카르 오히다 작가는 자신의 삼촌이 50년간 모은 물품을 전시하고 기록한 작품 '당신의 박물관을 꿈꾸다(Dream Your Museum)'를 선보인다.

알리아 파리드(Alia Farid) 작가는 이라크 남부 습지를 기록한 작품 '지바이시(Chibayish)'를, 자와 엘 카쉬(Jawa El Khash) 작가는 시리아의 유적과 자연을 가상공간에 다시 세운 '하늘의 위쪽(The Upper Side of The Sky)'을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ACC를 방문한 마림 아카시 사니는 이라크계 이란인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거주하며 겪는 무슬림 공동체의 삶에 대해 사진 작품을 전시했다.

그는 "미국에 이주한 무슬림의 무하람(시아파의 기념일) 문화가 사라지거나 변화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사진을 남기고 있다"고 작업을 소개했다.

자밀 프라이즈가 ACC를 찾은 것은 2017년 제4회 전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9년 만에 다시 ACC에서 열린 제7회 전시는 국제적인 문화예술 교류의 지속성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자밀 프라이즈 전시 작품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었는데,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공항이 폐쇄되면서 작품 운송이 어려워져 전시가 취소될 뻔했다.

다행히 전쟁이 휴전되고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작품은 두바이를 거쳐 화물기로 옮겨올 수 있었다.

작품은 28일 개막을 앞두고 10일 전인 지난 19일에야 ACC에 도착했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전쟁통을 뚫고 날아온 귀한 작품들은 이슬람 문화권에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예술과 역사, 삶의 방식을 담고 있다"며 "이슬람 문화예술의 가치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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