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가로막는 '주주 동의' 중복상장 규제

입력 2026-06-01 15:58  


오는 7월부터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시행을 앞둔 가운데, 예외 요건으로 검토 중인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가 달성하기 힘든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주주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정당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자회사 상장을 진행 중인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처했다. 이들 기업이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한 뒤에 금융당국이 모자회사 동시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예외를 인정받아 중복상장을 하려면 모회사 주주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먼저 주주 동의를 받는 절차에 착수했다. 덕산하이메탈은 5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회사 덕산넵코어스 상장 추진 승인 안건을 처리했다. 아직 금융당국이 어느 수준까지 주주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일단 비교적 높은 수준의 주주 동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주총 특별결의 안건(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상정했다. 주총 결과 이 안건은 전체 지분율 기준 참석률 78%를 기록한 가운데 찬성률 72.8%로 통과됐다.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진 뒤 주주총회를 통해 자회사 상장에 대한 일반 주주 동의를 받아낸 첫 사례다. 이 결과에 이르기까지 큰 노력이 들었다는 후문이다. 디티에스 모회사 다산네트웍스도 중복상장 승인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의 특성상 주식 손바꿈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 현실적인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주총을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한 뒤부터 실제 주총일 사이에 주식을 매도하는 주주도 적지 않다. 기관투자가의 동의도 받기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를 따르려는 성향이 강해서다. 해외 기관의 경우 국내 대리인을 통해 서류 처리만 진행할 뿐, 직접 소통이 불가능한 구조다.

어느 시점의 주주를 대상으로 찬반을 물어야 하는지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회사 상장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상장까지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으로 인수한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한다면 인수 시점의 주주와 그 이후 주식을 매수한 주주, 자회사 상장을 결정한 뒤 매수한 주주,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뒤에 주식을 매수한 주주 등이 각기 다른 이해관계에 처할 수 있다.

IB 실무자들은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무시한 채 높은 수준의 주주 동의를 의무화하는 것은 사실상 상장 금지와 동일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주들의 참여율 자체가 저조한 상황에서 기권과 무관심을 모두 반대로 규정하면 어떤 기업도 허들을 넘을 수 없다는 논리다.

한국거래소도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최종 가이드라인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간담회와 공개 세미나 등을 여러 차례 진행하며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 동의 의무화와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복상장 사례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기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주주 동의 비율을 강제한다면 기업공개(IPO) 시장이 경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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