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수합병(M&A) 가뭄으로 인수금융 시장이 ‘보릿고개’ 시기를 맞은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글로벌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미국 칼라일이 세계 최대 화학회사 독일 바스프의 도료·코팅 사업부를 약 13조원(77억유로)에 인수하는 거래에서 한투는 인수금융 주관사를 맡았다. 해외에서 투자은행(IB) 성과를 강조해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금융이란 인수에 필요한 자금 대여를 뜻한다.

한투가 세계 인수금융 업계에서 눈길을 끈 계기는 2022년 글로벌 PEF 컨소시엄이 미국 1위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을 약 22조원에 사들이는 딜이었다. 당시 코로나19로 닐슨의 주력 사업인 대면·현장 여론조사가 불가능해진 데다 금리가 급등해 대부분 IB가 인수금융을 망설였다. 이때 한투가 먼저 인수금융을 제공하면서 시장 회복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한투는 28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통해 200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한투는 글로벌 PEF 업계에서 인지도를 쌓으며 칼라일, EQT, CVC 등의 우량한 딜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최경수 글로벌 인수금융 담당 이사는 “인수금융 제공 결정을 막판에 번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신뢰를 쌓은 이유를 전했다.
최근 국내 M&A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한투의 해외 공략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 급등으로 매도자와 인수자 간 가격 견해차가 커지면서 M&A 성사 가능성이 낮아져서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채권 금리 상승, 중복상장 금지 정책으로 거래 심리가 더 경색된 상황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