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과급 논란이 남긴 숙제

입력 2026-06-01 17:39   수정 2026-06-02 00:32

반도체 호황이 전 국민의 첫 번째 관심사인 작금이다. 반도체 수출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까지 올리고 있으니 가히 ‘반도체 천하지대본’이다. 삼성전자 직원의 성과급은 전 국민의 부러움과 상대적 박탈감, 자괴감을 한껏 증폭시키고 있다. 노사 협상이 끝났는데도 여진이 멈추지 않는다. 주주는 물론 각계각층에서 성과급의 정당성, 영업이익 배분에 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서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회사 안팎에 무슨 일이 발생한 걸까. 한번 짚어 보자. 삼성의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란 창업정신부터 특히 ‘인사의 삼성’이란 자부심까지.

사람들은 흔히 돈 때문에 회사를 다닌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상은 중요하다. 그러나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인정과 의미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과거 삼성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고 있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 삼성이라는 이름이 주는 자부심 그리고 세계 최고를 만들겠다는 강한 목표의식이었다. 임직원들은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구성원 사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주식창 보는 게 더 낫다” “열심히 해도 차이가 없다”.

노동의 가치와 조직 충성도에 영향을 미치는 자본소득의 부상과 함께 동기 부여 시스템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조직은 신뢰로 움직인다. 노력과 성과가 연결된다는 시스템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몸은 회사에 있어도 마음은 떠나게 된다.

과거 삼성이 가장 많이 들은 말 가운데 하나는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회사’라는 표현이었다. 신경영 인사의 강점은 단순한 채용 기술이 아니었다. 미래를 먼저 읽고 사람을 배치하는 능력이었다. 누가 미래 핵심 인재가 될 것인지, 어떤 조직이 다음 성장 동력이 될지 미리 설계했다. 그래서 인사는 지원 기능이 아니라 기업 전략의 심장이었다.

임직원 역시 “학벌보다 실력” “성과를 내면 기회는 다 같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것이 삼성을 움직인 보이지 않는 엔진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인사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 불편한 질문도 남는다. 단순히 인사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진이 인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이던 인사가 어느 순간부터 효율과 비용, 단기 성과를 관리하는 기능으로 축소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을 비용으로 보면 인사는 관리 부서가 된다. 그러나 사람을 미래 자산으로 보면 인사는 전략이 된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과는 천양지차다. 회의실에서 도전적인 의견이 사라지고, 업무보다 이직이나 주식 투자 이야기가 많아진다면 이미 조직 내부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파업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수 있다.

이번 사태 이후 고민해야 할 것은 임금 협상의 마무리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람들이 일 자체에 몰입하게 만들 것인가”이다.

성과를 낸 사람에게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 주고, 핵심 인재를 존중하며, 장기적 성장 기회를 제공해 인사를 다시 기업 전략의 중심에 세우는 일. 그것이 AI 시대에 삼성이 다시 찾아야 할 해답일지 모른다. 삼성의 경쟁력은 “하면 된다”는 정신과 “잘하면 인정과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에서 비롯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다. 한때 ‘인사의 삼성’으로 불린 기업이 스스로에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사람을 미래라고 믿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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