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다른 자산군 가치가 현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으면 코스피지수가 8000대 후반까지 올라가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새 허용 범위 안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8800선에 올라서자 국민연금은 다시 국내 주식 비중 관리 방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 여력이 커진 것은 지난주 열린 기금위 결정 때문이다. 기금위는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높였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급등해 국내 주식 비중이 기존 허용 범위를 크게 웃돌자 6월 말 종료 예정이던 리밸런싱 유예 조치의 후속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기금위는 국내 주식의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기존 ±3%포인트보다 넓게 잡겠다고 밝혔다. 시장 영향을 고려해 구체적인 확대 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경 취재 결과 SAA 허용 범위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6%포인트로 넓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실질 허용 상단은 목표 비중 20.8%에 SAA 6%포인트, 전술적자산배분(TAA) 2%포인트를 더한 28.8%로 올라갔다. 기존 상단 19.9%보다 8.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SAA는 기금위가 정하는 중장기 자산 배분 기준이고, TAA는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전술적 운용 범위다. 국내 주식 비중이 다시 허용 상단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서면 기금운용본부가 TAA를 활용해 먼저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와 기금 운용 원칙 사이에서 딜레마에 놓였다.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때마다 매도 주체로 나서는 것은 부담이지만, 국내 주식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매도를 늦추기만 하면 위험 분산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위가 장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 부양 기관이 아니라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장기 수탁자다.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질수록 반도체 등 특정 업종과 국내 경기 사이클에 대한 기금의 민감도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직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질수록 하락장에서 기금 전체가 받는 충격도 커진다”며 “적절한 시점이 되면 원칙에 맞게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