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액이 역대 최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수출액은 3942억달러에 달했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수출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이 1조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연간 수출 1조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중국 미국 독일 등 세 곳뿐이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수출액은 877억5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573억달러)보다 53.2% 증가했다. 월 수출액은 작년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12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이 수출 실적을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조업일수(21.5일)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은 작년보다 60.7% 증가한 42억8000만달러로, 역시 처음으로 40억달러를 웃돌았다. 매일 6조원어치 넘게 수출한 셈이다.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4% 증가한 371억6000만달러로, 직전 최대이던 3월의 328억달러를 두 달 만에 넘어섰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단가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2.3%에 달해 특정 품목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부는 반도체 외 품목도 1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수입액은 608억달러였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 역시 월간 기준 최대인 269억5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1019억달러로, 기존 연간 최대치인 2017년의 952억달러를 이미 넘겼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메모리 수요를 감안할 때 ‘연간 수출 1조달러’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5월 메모리 단가가 4월보다 높았고,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근거로 들었다. 연간 수출 1조달러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7개월간 월평균 865억달러어치를 수출해야 한다.
반도체 비중 42% 넘어 압도적…가격 하락 땐 수출 실적 '요동'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연간 수출액을 9244억달러로 예상했다. 작년보다 30.3%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정부 안팎에선 산업연구원의 이 같은 전망이 보수적인 가정 아래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5월 메모리 가격이 4월보다 비싸졌고, 하반기에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증가했다. 정부의 수출 통제로 물량은 크게 줄었지만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기름값이 오르면서 제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6% 증가한 5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석유화학제품 수출액 역시 11.1% 늘어난 37억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자동차 수출액은 58억3000만달러로 5.9%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16억달러·-2.5%), 일반기계(38억2000만달러·-6.3%) 등 전방 산업 수출도 줄고 있다. 정부는 올 3월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화재와 중동 분쟁에 따른 물류 애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 감소는 주요국의 관세 장벽 강화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가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린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하반기 수출 전선에는 불확실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위축될 경우 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연합(EU)의 철강 쿼터(TRQ) 규제 영향이 커지고, 미국·이란 간 전쟁이 일단락된다면 미국이 추가 관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변동성이 커진 유가도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대훈/박종관/김리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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