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장'이라는데 내 주식만 한겨울"…이유 있었네

입력 2026-06-01 08:56   수정 2026-06-01 09:09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불장'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반도체를 빼면 체감 온도는 크게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동안 다른 업종은 코스피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 내부의 쏠림도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도체 빼면 4100~4200선"
1일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거인의 그림자' 보고서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4200선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허 연구원은 "2025년 이후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의 주가 부진은 올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상승분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 대형주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난 산업은 IT하드웨어가 유일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지수 상승률을 좀처럼 따라가지 못했다.

메모리 반도체주의 상승세는 가팔랐다. 허 연구원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메모리 3사 시가총액은 모두 1조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4월 이후 주가가 급등했지만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6~10배 수준이라고 봤다.

허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4월 이후 급등했지만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PER은 여전히 6~10배 수준"이라며 "반도체 업종 자체에 대한 투자 매력은 높다"고 했다.

반도체 비중은 빠르게 커졌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6월 25%에서 현재 54%까지 확대됐다. 올해 반도체 영업이익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 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허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 상승은 닷컴버블만큼 가파르나 멈출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시가총액 비중이 급격히 커졌지만 이익 비중도 함께 늘고 있어, 반도체 쏠림을 단순한 주가 과열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쏠림이 악재는 아니지만 건강하진 않다"
유진투자증권은 반도체 중심 상승세가 당장 시장 정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허 연구원은 "쏠림 자체가 주가 정점이거나 악재는 아니다"라며 "강세장 중후반부에 기존 주도주 쏠림은 나타나곤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흐름이 건강한 시장 구조는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반도체가 쏘아 올린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 논란은 사회적인 측면과 더불어 주식시장에서도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쏠림이 쉽게 풀릴 조짐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코스피 전체 밸류에이션은 낮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저평가 매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PER은 8.1배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 12개월 예상 PER은 11배로 추정됐다. 코로나19 이후 평균 10.4배를 감안하면 반도체 대비 저평가 매력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허 연구원은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순환이 잘 이루어지기가 어렵다"고 했다.

실적 전망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들의 영업이익도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반도체 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빨라 대부분 업종의 이익 비중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상대적으로 이익 비중 감소 폭이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으로는 비철, 호텔·레저, 디스플레이, 미디어, IT하드웨어, 에너지 등이 제시됐다.

바이오·코스닥 소외도 이어져
쏠림의 반대편에는 제약·바이오와 코스닥 시장이 놓였다. 허 연구원은 "소외의 중심에는 제약바이오와 코스닥 시장이 있다"고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의 상대강도가 지난해 이후 계속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를 뺀 업종들의 주가 부진이 올해 들어 더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코스닥 시장도 반도체 이외 수출 흐름에 영향을 받아왔다. 유진투자증권은 과거 코스닥 시장이 반도체 외 수출이 좋아질 때 상대적으로 강했다고 봤다. 허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주도력이 주춤해져야 바이오와 코스닥 시장이 개선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6월 증시는 5월보다 차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통화정책이 점차 긴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반도체와 소재 관련 업종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허 연구원은 "6월 증시는 5월보다는 차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국 통화정책이 점차 긴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금리 상승 또는 긴축에도 반도체·소재 관련 업종이 상대적으로 잘 견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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