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레르가 7만원?"…수상한 명품 행사에 '북적북적' [현장+]

입력 2026-06-01 15:38   수정 2026-06-01 18:26


1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정문 인근. 한 건물 외벽에 ‘철수브랜드 명품 폐점정리’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아미, 꼼데가르송, 나이키, 자라, 아크테릭스, 라코스테 등 유명 브랜드 로고가 함께 배치됐다. 행사장 안에는 몽클레르, 오프화이트, 아미, 메종키츠네 등 해외 유명 브랜드 로고가 붙은 티셔츠와 의류가 1만~7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소비자가 보기에는 롯데와 관련된 행사처럼 보일 수 있는 구조였다. 내부에는 비닐 포장된 의류가 임시 판매대 위에 대량으로 쌓여 있었다. 일부 구역에는 박스와 재고가 그대로 놓였다. 한쪽 판매대에는 ‘몽클레르 7만9000원’, ‘오프화이트 4만9000원’ 등으로 보이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정식 유통 채널 가격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현장 한쪽에는 ‘병행수입 제품 구매 전 주의사항’이라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안내판에는 해당 제품이 브랜드 본사와 국내 공식 수입사를 거친 제품이 아니라 해외 부티크와 병행수입 업자를 통해 들어온 상품이라는 취지의 설명이 적혀 있었다. 공식 애프터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는 문구도 있었다. 판매자는 ‘정상적으로 검사받고 통관된 병행수입 100% 정품’이라고 안내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정식 아울렛 행사나 공식 브랜드 재고 처분 행사로 오인할 가능성이다. 외부 현수막과 입구 문구에는 ‘철수브랜드’, ‘폐점정리’라는 표현이 크게 쓰였다. 병행수입 제품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진정상품인지, 상표권자가 생산·유통한 제품인지 확인되지 않으면 상표권 침해 소지가 생긴다.
온·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짝퉁 장사’
명품 위조상품 유통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임시 판매 행사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최근 유튜브 라이브에서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판매자가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본뜬 가방과 신발을 판매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판매자는 방송에서 상품명과 가격을 직접 노출하지 않고 제품마다 임의 번호만 붙였다. 구매 희망자에게는 “카톡으로 오라”고 안내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면 가격표와 계좌번호가 전송되는 방식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부 방송은 화면에 브랜드명과 가격을 직접 띄웠다. 최근에는 방식이 더 교묘해졌다. 상품명과 가격을 지우고 번호 코드만 남긴다. 판매자는 “가격은 카톡에서만 안내한다”, “브랜드 이름은 채팅에 쓰지 말라”고 반복한다. 불법 판매가 줄어든 게 아니라 단속을 피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유튜브에는 판매를 암시하는 장면만 남기고 실제 가격표와 계좌번호 등 거래 증거는 외부 메신저로 빼돌리는 구조다.


방송이 끝나면 증거도 함께 사라진다. 신고가 들어오면 영상을 삭제하고 채널명을 바꾸거나 새 계정을 열어 다시 방송을 시작한다. 실시간 방송 특성상 사후 신고 중심 단속으로는 판매 장면을 포착하기 어렵다. 영상을 확보하더라도 주문과 결제가 외부에서 이뤄져 거래 전모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판매자들은 공개 플랫폼의 트래픽과 외부 메신저의 폐쇄성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상표권 침해 단속으로 압수된 물품은 2023년 943점에서 지난해 9381점으로 1년 만에 약 894%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위조상품 단속에서도 상표권 침해사범 388명이 형사입건됐고 위조상품 14만3000여 점이 압수됐다. 정품가액 기준으로는 4326억원 상당이다. 네이버밴드, 카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통한 위조상품 거래가 확산하면서 단속 대상도 오프라인 노점에서 온라인 라이브와 메신저 기반 거래로 넓어지고 있다.
이대 앞 ‘명품 폐점정리’…짝퉁 유통 온·오프 확산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병행수입’이다. 병행수입은 상표권자가 해외에서 적법하게 유통한 진정상품을 국내 수입업자가 들여오는 방식이다. 일정 요건을 갖추면 허용된다. 하지만 제품 자체가 진정상품이 아니거나 상표권자가 생산·유통한 상품이 아니라면 병행수입으로 볼 수 없다. 위조상품을 병행수입품처럼 포장해 판매하면 소비자는 정품 할인 행사로 착각하기 쉽다.

특히 ‘아울렛 철수브랜드’, ‘수입브랜드 폐점정리’, ‘명품 창고 대방출’ 같은 문구는 소비자 오인을 키울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식 아울렛 철수 재고인지, 병행수입 재고인지, 단순 임시 판매 행사인지 소비자가 현장에서 구분하기 어렵다”며 “유명 유통사 이름을 전면에 걸었다면 해당 유통사가 주관하거나 보증한 행사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 외부에는 ‘롯데아울렛’을 내세운 문구가 크게 걸렸지만, 실제 롯데가 주관한 공식 행사인지, 철수 브랜드 재고를 공급했는지, 명칭 사용을 허락했는지는 현장 안내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해당 행사는 당사와 전혀 무관하다”며 “당사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 해당 업체에 상표권 침해 사실을 알리고 변경을 요청한 뒤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건에 대해서도 담당 부서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단속 피해 ‘병행수입’ 포장…"갈수록 교묘"


명품업계에서는 위조상품 판매가 갈수록 ‘공개적이면서도 분절된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노점이나 폐쇄형 쇼핑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유튜브 라이브로 고객을 모으고 카카오톡으로 가격표를 보내며 계좌이체로 결제받는다. 오프라인에서는 대형 현수막과 유명 브랜드 로고를 앞세워 정식 행사처럼 꾸민다. 판매자는 플랫폼과 장소를 옮겨 다니고 소비자는 정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계정 하나를 막아도 같은 판매자가 이름만 바꿔 다시 방송을 켜는 구조”라며 “브랜드명 노출 여부만 보는 방식으로는 번호 코드와 외부 채팅방을 활용한 판매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임시 행사도 판매 주체와 정품 보증 방식, 환불 조건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과 오프라인 현장 단속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시간 방송은 영상 삭제 전 증거 확보가 중요하고, 오프라인 임시 판매장은 사업자 정보와 수입신고 자료, 정품 입증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가 가격만 보고 구매했다가 위조상품으로 확인되면 환불도 쉽지 않다. ‘몽클레르 7만원’처럼 상식 밖의 가격이 붙은 명품 행사에는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우경 법무법인 굿플랜 변호사는 “위조상품 판매가 단속이 미비한 탓에 지하로 숨은 게 아니라 유튜브·SNS로 고객을 모으고 가격·결제만 오픈채팅으로 넘기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오프라인 행사도 ‘폐점정리’ ‘병행수입’ 같은 표현으로 공식 행사처럼 보이게 했다면 상표권 침해와 표시·광고 문제, 공정거래법상 부당고객유인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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