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얕봤으니 심판" "그래도 여당"…호남도 막판까지 접전 [르포]

입력 2026-06-02 16:26   수정 2026-06-02 16:29



6·3 지방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전북은 막판까지 혼전이었다. 민주당의 대표적 텃밭으로 꼽혀온 전북은 김관영 현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승부처가 됐다. 전주에서는 “민주당이 전북을 공천만 하면 자동 당선되는 곳으로 얕봤다”는 말과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도지사는 무소속이 아닌 여당이어야 한다”는 말이 함께 나왔다.
민주당 심판론 vs 여당 도지사론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70대 남성 택시기사는 민주당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민주당을 그렇게 밀어줬더니 이번엔 전북 도민을 완전히 무시하고 얕봤다”며 “전라북도 사람들은 우리가 하라는 대로 따라오겠지라고 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관영 후보도 잘못이 있다면 따져야 하지만, 두 후보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밀었어야 했다”며 “정청래 대표의 원칙 없는 공천은 분명 잘못됐다. 이번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중앙시장에 장을 보러 온 80대 여성은 “공천 불만 때문에 김관영을 찍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 했다. 70대 여성 상인도 “김관영이 무소속이라 해도 결국 민주당 사람이고 다시 당으로 돌아갈 것 아니냐”며 무소속 리스크는 곧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반면 '무소속 도지사’에 대한 불안도 작지 않았다. 신중앙시장에서 닭집을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예산을 따오고 대통령과 발을 맞추려면 결국 도지사는 무소속이 아닌 여당이어야 한다”고 했다. 한옥마을에서 인형 가게를 운영하는 군산 출신 60대 남성도 “김관영 후보가 민주당 출신이라고 해도 결국 지금은 무소속”이라며 “당선 뒤 복당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원택 민주당 후보도 ‘여당 도지사’를 앞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전주역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며 도민들의 기대가 컸는데 선거가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 구도로 가 도민들이 불안해하고 걱정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무소속 후보로는 국가 예산 확보나 전북 발전이 어려운 만큼 결국 여당 도지사가 돼야 한다는 데 표가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권·청년층에선 경제 해법 요구상인들 사이에서는 두 후보 모두 지역경제 해법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냉소도 나왔다. 신중앙시장에서 50년 가까이 뜨개방을 운영 중인 70대 여성은 “민주당이라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다. 뭘 했느냐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시장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북적였는데 지금은 사람이 정말 없다”며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속으로 굶고 있다. 경제를 살려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대 앞에서 만난 20대 대학생들은 대체로 선거에 거리를 뒀다. 전북대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친구들 대부분 선거에 관심이 없고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다. 정치 성향도 대체로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전주 송천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20대 남학생은 “딱히 선호하는 후보가 없다”며 “송천동 같은 낙후한 구도심을 살릴 경제 정책을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옥마을 상권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이 읽혔다. 한옥마을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여성은 “솔직히 후보를 잘 모르고 정치에도 관심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도지사나 시장이 잘하고 있다는 얘기가 상인들 사이에서 잘 나오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을 내놓는 정치인들 때문에 정치에 더 무관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놓치면 정청래 책임론 불가피
<section data-scroll-anchor="false" data-testid="conversation-turn-328" data-turn="assistant" data-turn-id="request-6a1ce7b4-f088-83a4-a1b7-5cd58c0a2e23-103" data-turn-id-container="request-6a1ce7b4-f088-83a4-a1b7-5cd58c0a2e23-103" dir="auto">전북은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압도적 지지를 받아온 호남 핵심 기반인 만큼, 무소속 후보에게 내줄 경우 ‘텃밭 공천 실패’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김 후보가 공천 과정에서 밀려난 현직 지사라는 점에서 중앙당 공천을 주도한 지도부로 책임론이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김 후보도 전북지사 선거를 정 대표 거취 문제와 연결하고 있다. 그는 1일 라디오에서 “제가 당선되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사퇴해야 맞다”며 “8월 전당대회에서 지도부가 바뀌도록 저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전북을 내줄 경우 정 대표 책임론과 8월 있을 전당대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도 막판까지 ‘전북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당선될 일도 없고, 당선돼도 재선거”라며 “현금 살포 행위 때문에 징계 제명된 사람에게 전북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전주=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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