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카리나, 아이브 장원영, 아일릿 원희 등 국내 최정상 K팝 걸그룹 멤버들의 무대 위 '인형 눈망울'을 완성하는 비결로 급부상한 뷰티 아이템이 있다. 바로 '축고정 렌즈'다. K팝 팬들과 MZ세대 사이에서 무대 위 독보적인 비주얼을 완성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들의 눈빛을 그대로 따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 대중의 구매 욕구가 함께 자극받는 모양새다.축고정 렌즈는 본래 난시 교정용으로 쓰이던 기술을 미용 렌즈에 접목한 제품으로 소개됐다. 렌즈 하단부를 미세하게 더 두껍고 무게감 있게 설계해, 특정 방향(축)이 아래를 향하도록 유도하는 원리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공법은 렌즈의 회전을 안정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착용 중에도 하이라이트 패턴이 눈동자 하단에 고정되도록 돕는다. 시선을 이동할 때 렌즈가 눈동자를 따라오지 못하고 따로 노는 일명 '훌라 현상'에 대한 고민을 차단하는 원리다. 축이 고정된 상태로 렌즈 하단에 밝은 그라데이션이 유지되기 때문에, 조명을 받은 듯 눈물이 고인 것처럼 촉촉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확실하게 시각적 효과를 내면서 균형 잡힌 눈매를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화려한 카메라 조명을 받는 아이돌들의 필수 치트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미적인 만족감에 반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렌즈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산소 투과율이 떨어져 안구 건조증이나 극심한 이물감이 느껴진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아일릿 원희는 팬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축고정렌즈에 대해 "신기하더라. 완전 반짝반짝 화려하고. 그런데 난 개인적으로 비추한다. 너무 건조하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느꼈지만 아이돌 아니었으면 안 꼈을 듯"이라며 "언니(팬)의 눈 건강을 위해 솔직한 후기 남겨봤다"고 충고했다. 다만 "사진 찍고 하기엔 너무 예쁘고 화려하고 좋아서 짧은 시간 끼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레드벨벳 슬기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축고정렌즈를 착용기를 전했다. 렌즈의 밝은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착용해야 하지만 실수로 반대로 끼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렌즈를 착용한 후 슬기는 "하이라이트 부분이 위로 가니까 무섭다. 계속 위아래를 신경 써야 한다"며 "좀 무섭다. '나 렌즈 꼈어' 하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다. 갸륵하다"고 반응했다.
슬기는 "데일리로 쓰기엔 저는 무리다. 착용감은 나쁘지 않다. 건조하거나 거슬리진 않고, 그라데이션이 위아래 다르게 돼 있어서 잘 체크해서 착용해야겠다. '꾸꾸(꾸미고 꾸민)' 렌즈다"라고 평가했다.
대다수의 착용자는 "착용감 좋은 축고정 렌즈는 없나. 너무 예쁜데 건조해서 눈에서 빠져버릴 것 같다", "인공눈물을 10분에 한 번씩 넣는 것 같다", "데일리로 착용하기에는 너무 불편해서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후기를 전했다.
반면 착용감을 희생하더라도 심미적 만족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인형 같은 눈빛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컬러렌즈는 착용한 티를 확실하게 내려고 선택하는 건데, 거울을 보면 확실히 몰라보게 예뻐 보여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웨딩 촬영이나 결혼식같이 특별하게 외모에 힘을 주는 날 정도에만 한정적으로 착용이 가능할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무대 위의 극적인 연출이 필요한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들이 미용 목적으로 축고정 렌즈를 장시간 착용할 경우 각막 부종이나 만성 안구건조증 등 심각한 안과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안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든 미용 콘택트렌즈는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엄격한 '의료기기'로 분류돼 관리된다. 식약처 유통관리 지침은 미용 목적으로 착용하는 컬러 서클렌즈의 하루 적정 착용 시간을 일반 투명 콘택트렌즈(8시간)보다 훨씬 짧은 하루 4~6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식약처는 착색제가 렌즈 표면에 입혀진 미용 렌즈의 구조적 특성상, 일반 렌즈에 비해 안구에 전달되는 산소 투과율이 현저히 낮다고 강조했다. 각막에 산소 공급이 장시간 차단될 경우 안구가 산소를 받아들이기 위해 비정상적인 혈관을 만들어내는 '각막 신생혈관' 유발 위험성이 급증한다.
이는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나 방치할 경우 각막 혼탁과 영구적인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제품 선택 시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 마크를 필히 확인하고 정해진 권장 착용 시간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안과학회 및 대한안과의사회가 공동으로 집계한 국내 미용 콘택트렌즈 부작용 임상 실태 조사에 따르면, 10대와 20대 청년층에서 발생한 안과 질환의 상당수가 잘못된 서클렌즈 착용 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과학회는 산소 결핍 상태의 각막 표면에 미세한 상처가 나고 세균이 침투해 각막 표면이 깎여 나가는 '각막 궤양' 임상 사례를 제시하며, 오염된 보관액이나 장시간 착용이 안구를 손상시키는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안과 전문의들은 미용 렌즈를 패션 소품으로 가볍게 여기는 인식을 개선하고 각막염 등의 징후가 보일 때 즉시 착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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