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세대교체…키옥시아, 시총 2위 눈앞

입력 2026-06-03 19:14   수정 2026-06-04 01:09

‘일본 메모리 반도체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키옥시아가 3년간 20조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 서버용 차세대 낸드플래시를 개발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D램에 ‘올인’하는 틈을 타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키옥시아 성장 전략에 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최근 1년 새 주가가 36배 급등했고 3일 장중엔 시가총액이 도요타를 추월했다. 시장에선 “키옥시아가 AI 특수를 타고 도쿄증시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시총 1위 등극 시간문제”

키옥시아는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서 0.70% 오른 7만8080엔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7.22% 오르며 시총이 45조엔을 넘어섰고, 도요타를 제치고 전체 2위를 차지했다. 키옥시아 주가는 지난 1년간 3562% 급등했다. 도쿄 증권가에선 키옥시아가 시총 1위 소프트뱅크마저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가 장중 급등한 배경에는 전날 열린 투자자 설명회가 있었다. 키옥시아는 배당금을 줄이지 않고 유지하거나 늘리는 누진 배당 정책을 도입하고,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용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3년간 2조10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기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노무라증권은 “배당 도입과 공격적인 투자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은 단순한 반도체 경기 회복을 넘어 키옥시아의 장기 성장 스토리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키옥시아의 변신은 ‘극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전신은 경영 위기에 빠진 도시바에서 떨어져나온 ‘도시바 메모리’다. 2018년 미국계 투자펀드 베인캐피털이 약 2조엔에 인수했지만 당시만 해도 메모리 업황 부진으로 회생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상장 연기 등 우여곡절 끝에 2024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지만 당시 시총은 1조엔에도 못 미쳤다. AI 시대가 열리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본격화해 메모리 수요가 폭증했고, 저장장치에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빠르게 상승했다.
◇삼성, SK 제치고 낸드 승자 될 것
키옥시아는 ‘CBA’(직접 접합)라고 부르는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을 앞세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격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CBA는 데이터 저장 역할을 하는 ‘셀’과 전력 분배 등을 맡고 있는 ‘페리’를 각각의 웨이퍼에서 제작해 붙이는 기술이다. 데이터 저장 밀도와 데이터 처리 속도를 동시에 높인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TMC)가 비슷한 개념의 ‘X스태킹’이란 기술을 제품에 적용 중이고, 삼성전자도 ‘BV낸드’라고 이름 붙인 차세대 제품에 이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키옥시아는 CBA를 적용한 차세대 낸드플래시인 10세대 제품 샘플을 이르면 올 2~3분기 출하할 예정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는 AI용 차세대 낸드플래시를 내놓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붐 초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D램 수요 대응에 힘을 쏟는 동안 키옥시아는 낸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며 “낸드 시장 판이 적층 수 경쟁에서 속도 경쟁으로 바뀌어 키옥시아가 새로운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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