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자중지란'이 키운 참패…막판 보수결집은 없었다

입력 2026-06-03 20:45   수정 2026-06-04 04:07


지방선거가 치러진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차려진 개표상황실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국민의힘 단체장이 집권한 서울은 물론 충청과 강원 등 ‘스윙보트’ 지역에서 대부분 경합 열세거나 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보수 텃밭 영남권에서도 부산과 울산은 내줬고, 대구는 가까스로 지켰다. 출구조사 발표 후 얼마간 자리를 지키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굳은 표정으로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일 2시반 기준 경기 인천 전북 부산 등 최소 11곳, 서울 강원을 포함해 13곳 승리가 유력하다. 국민의힘의 참패가 현실화하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막바지까지 보수 결집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국민 여론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60%를 넘나드는 불리한 구도 속에서 자중지란까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의 패배는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 두 달 전인 4월 첫째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창당 이후 최저인 18%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이후 지속된 이 격차는 선거 전 마지막 조사(5월 19~21일,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무선 전화면접)에서 45% 대 22%로 소폭 줄어들었을 뿐이다.

선거 막판 더불어민주당이 ‘공소취소 특검법’을 강행하자 국민의힘은 정부·여당 견제를 호소하며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의 호재 속에서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민주당의 구호가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장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이 ‘내란세력’ 낙인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계엄과 탄핵 후 치러진 대선 후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등 내분이 계속됐다. 돌아선 민심을 감지한 당 주요 인사들은 이른바 ‘절윤 선언’을 촉구했지만 장 대표는 듣지 않았다.

지난 3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지방선거 후보 등록 데드라인을 앞두고 당의 노선 전환을 촉구하며 ‘후보 등록 보이콧’ 배수진을 쳤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선거전이 한창이던 4월엔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강경 보수계열 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해 논란을 빚었다. 신정섭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보수가 결집하자 막판 여당 지지자도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여당이 꼭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에 대한 거부감과 부정적 인식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선거를 앞두고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을 위촉해 공천에 들어갔지만 분란에 빠졌다. 공관위는 현역 단체장과 중진 의원 등을 대거 컷오프(공천 배제)하려고 했으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충북에선 법정 소송 끝에 컷오프 결정이 번복되고 이 위원장은 중도에 하차했다. 경기 시흥시장 선거 등에선 후보로 나설 인물을 찾지 못해 민주당 후보에게 무투표 당선을 헌납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일/이슬기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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