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기다리던 유권자들 "이게 맞나요" 분노

입력 2026-06-03 22:02   수정 2026-06-03 22:21



"대한민국에서 투표율이 높다고 투표용지가 모자라서 투표를 못 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90%가 오든 100%가 오든 다 준비해 놨어야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오후,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등 서울 시내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완전히 고갈돼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하러 온 유권자들이 발이 묶인 채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격렬한 분노를 쏟아냈다.
◇ "타워팰리스·잠실도 용지 고갈"…대기표 쥐고 밤 10시까지 발 동동


이날 대규모 혼란이 빚어진 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2동·4동·7동, 가락2동을 비롯해 강남구 청담동, 타워팰리스 투표소 등 최소 12곳 이상이다. 오후 4시를 넘기면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투표소 곳곳에서 "용지가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투표를 중단하는 파행이 빚어졌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즉석에서 배부된 임시 대기표를 받아 든 채 좁은 투표소 복도와 야외까지 길게 줄을 서야 했다. 특히 일부 투표소에는 사태 수습과 인파 관리를 위해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SNS에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중단됐다고 대기표를 나눠주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주변에서 고성이 오가고 너무 혼란스러워 일단 집으로 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앙선관위는 뒤늦게 투표용지를 급하게 이송해 투표를 재개시키는 한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등 일부 지역은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투표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긴급 연장하는 고육책을 내놨다.
◇ 선관위 "미흡한 준비 통감" 사과…국민의힘 "서울 개표 즉시 중단해야" 격앙


초유의 사태에 중앙선관위는 고개를 숙였다. 선관위 사무총장은 "투표율이 예상보다 지체 없이 높아지면서 일부 투표소의 용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미흡한 준비에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명백한 '참정권 침해'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대형 사고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시간 이상 투표를 못 하게 되면서 개인 일정 등으로 투표를 포기한 시민이 속출했다"며 "서울 선거는 이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서울 지역의 개표를 즉시 중단하고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를 연기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배현진 의원 역시 "선거관리의 책무를 저버린 처참한 사태"라고 날을 세웠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부실한 선거 관리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표 중단과 재투표 여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와 JTBC 예측조사 결과가 엇갈리는 등 초박빙 판세 속에서, 마감 직전 터져 나온 '서울 지역 투표지 부족 사태'는 선거 결과의 정당성 공방으로까지 번지며 이번 6·3 지방선거 최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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