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만찬 회동 자리에서 '골든벨'을 울렸다. 이 의장은 네이버페이로 음식값을 결제해 눈길을 끌었다.
황 CEO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이 의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의장이 네이버페이를 통해 결제를 하자 그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친근함을 드러냈다.
이번 만찬은 황 CEO의 딸인 엔비디아 이사이자 마케팅 총괄인 매디슨 황이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도 황 CEO의 만찬 회동에 주목했다. 대만 연합보는 "장소 선정부터 전체적인 모임 조율에 이르기까지 이번 만찬에 대한 엔비디아 측의 높은 중시를 보여주며,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한국 시장이 가진 중요한 지위를 부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AI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테크 거물들과 엔비디아 경영진이 집결한 이번 모임은 향후 AI 칩, 메모리, 스마트 제조 협력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풍향계로 주목받았다"며 "원래도 인기가 높았던 한 고깃집을 뜻밖에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테크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황 CEO는 전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을 위해 아주 많은 비즈니스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황 CEO의 방한을 "한국이 인공지능 붐의 중심지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황 CEO의 이 같은 행보가 인지도 상승을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나왔다. 대만 경제매체 Cnyes는 "오랫동안 AI와 반도체는 일반 대중에 다소 생소한 개념으로 여겨졌다"며 "일반인들은 '베라 루빈 아키텍처', '컴퓨팅 성능', '첨단 제조 공정'과 같은 용어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반면, 간식과 먹방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통 언어다. 이러한 이유로 원래 AI와 무관했던 사람들조차 엔비디아의 행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외신을 종합하면 이들 매체는 황 CEO의 '홍대 만찬'이 한국 메모리 공급망을 넘어 로보틱스·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협력으로 확장되는 엔비디아의 '한국 구애'란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했다.
황 CEO는 만찬 자리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현대차 등을 거론하면서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는 방한 전 대만 타이베이에서도 치킨·삼계탕·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방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치킨집에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황 CEO는 1차에서 삼겹살을 먹고 2차로 인근 치킨집을 선택했다. 1차에선 이 의장이 쌈을 싸서 먹는 방법을 알려줬다. 황 CEO는 이에 깻임에 김치·파채를 삼겹살에 얹어 먹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집게와 가위를 들고 고기를 구우면서 '막내'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그는 당시 만찬 자리에도 가장 먼저 도착해 황 CEO를 비롯한 총수들을 기다렸다. 쌈을 먹은 소감을 묻는 말엔 "매웠다. 소주가 매우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황 CEO는 2차로 노래방과 치킨집을 함께 고민하다 치킨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치킨집에선 딸 매디슨 황의 약혼자도 함께했다. 2차는 최 회장이 "마이 골든벨"을 외치면서 마무리됐다.
전날 홍대입구 인근 거리는 황 CEO와 최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을 보려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이들이 회동하기 몇 시간 전부터 '목 좋은 자리'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황 CEO와 총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환호했다. 황 CEO가 식사 도중 과자 'HBM칩스'가 담긴 상자를 들고 나와 시민들에게 나눠줄 땐 인원이 도로쪽으로 밀려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몇 시간 전부터 기다렸다", "젠슨 황을 보려고 휴가를 냈다", "얼굴이라도 보려고 왔다"면서 황 CEO의 방한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 CEO는 오는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분당 네이버 1784 사옥을 연이어 찾을 예정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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