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후 12시 경기 성남시 SK하이닉스 사업장 구내식당.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들이 평소보다 긴 줄을 섰다. 이날 배식대 앞에는 조리사 대신 스타 셰프 최현석이 서 있었다. 직원들은 최 셰프가 직접 담아주는 봉골레 파스타와 봉골레 크림파스타, 함박스테이크, 감자튀김을 받아 들고 사진을 찍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맞붙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구내식당에서도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연봉과 성과급, 근무환경뿐 아니라 식문화 복지까지 인재 확보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회사 밥’이 반도체 인재전의 또 다른 무대가 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일회성이 아니었다. 지난달에는 정지선 셰프도 사업장을 찾아 특식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니드는 유명 셰프를 초청해 직원들에게 레스토랑 수준의 메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과거 제조업체 구내식당은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하는 공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원들이 가장 자주 체감하는 복지 공간으로 위상이 달라졌다. 특히 AI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인재 확보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업들은 식당과 카페, 피트니스센터, 어린이집 등 일상 복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이 상시적인 품질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면 SK하이닉스는 체험형 이벤트에 강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후니드를 비롯해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여러 급식업체가 사업장별로 경쟁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도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메뉴 경쟁과 서비스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내식당 경쟁은 반도체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네이버는 제2사옥 '1784'를 중심으로 글로벌 메뉴와 비건식, 샐러드 등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판교 사옥에서 직원 식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현대차도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인력 맞춤형 건강식과 특식 운영을 늘리고 있다.
급식업체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유명 셰프 초청 행사와 세계 음식 특식, 건강식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복지 플랫폼' 역할까지 맡고 있다.
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급식이 문제만 없으면 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직원 만족도와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특히 반도체와 IT 업계는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 식당 수준도 기업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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