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7일 21: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에서 제3자 연대책임 금지를 시행한 이후에도 여전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대책임은 창업자나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에 대한 개인 연대책임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라는 벤처투자의 본질을 되살리고, 한 번의 실패가 곧 창업자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연쇄 창업의 족쇄’를 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사뭇 다르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법부의 판결 흐름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내면서 ‘규제 그레이존’이 심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부터 시행된 벤처투자법상 제 3자 연대책임과 관련해 여전히 그레이존에 해당하는 영역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존에 결성된 펀드와 향후 신규 펀드에 대한 적용 시점 및 범위를 두고 VC 관리팀 사이에서는 "감사 시즌이 돌아오면 정책 해석 차이로 인해 행정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법령으로 연대보증을 금지했지만, 아직 기존 투자계약서라는 창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법원은 투자계약서에 명시된 연대책임 조항의 효력을 잇따라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롭테크 기업 어반베이스다. 신한캐피탈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어반베이스 창업자를 상대로 투자계약상 연대책임 조항을 근거로 투자원금과 연복리 이자를 포함한 12억 원 규모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유효한 채무로 판단했다. 켐코(Chemco) 사례에서도 투자사가 창업자 개인 부동산을 가압류하는 등, 벤처투자의 하방 리스크를 창업자에게 전가하는 관행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창업자에게 유리한 판결도 공존해 혼란을 부추긴다. 바이오 스타트업 헬스바이옴의 경우,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가 기술개발 과정의 변경을 ‘진술·보장 위반’으로 보고 창업자 재산을 가압류했으나, 법원은 초기 바이오 기업의 기술개발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투자계약 내 ‘이해관계인’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를 두고 사법부 판단조차 엇갈리는 실정이다.
VC 업계의 평가는 갈리고 있다. “VC가 하방 방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퓨리오사AI’ 같은 혁신 기업 발굴과 성장에 집중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반면 “창업자의 고의적 계약 위반이나 도덕적 해이까지 담보할 수단이 사라지면, 펀드 운용사(GP)의 선관주의 의무 이행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출자자(LP) 보호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다만 중기부 측에서는 관리기준 및 운영지침이 확실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2025년 12월 벤투법 시행 전에도 중기부는 2023년 4월 13일 개정된 관리규정 "고시"를 통해 투자계약상 부당한 연대책임 부과를 제한해 왔다. 또한 현장에서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배포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에 연대책임 제한 조항이 명확히 반영되어 있어, 매뉴얼처럼 활용되어 왔다는 의견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한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업법(금융위)상 신기술사업금융업자로서, 벤처투자법 관할 범위가 아닌 투자사라 벤처투자법상의 연대책임 금지 규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벤처투자법은 투자금 용도 위반, 진술보장 위반 등 창업자의 고의, 중과실 등이 있는 경우에는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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