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이 고가의 인공지능(AI) 구독 상품의 사용 한도를 실제보다 크게 홍보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소송을 당했다. AI 챗봇 이용료가 소비자 지출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가격과 사용 제한의 투명성이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DC 거주 고객 칼 칸은 앤스로픽이 프리미엄 구독 상품의 사용 허용량을 과도하게 판매했다며 고객 환급을 요구하는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클로드 AI 개발사인 앤스로픽이 ‘맥스 5x’와 ‘맥스 20x’ 구독 상품의 사용 한도와 관련해 소비자를 오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됐다. 원고 측은 지난해 4월 이후 해당 상품을 구매한 칸과 같은 소비자들을 대표해 집단소송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송은 AI 구독 서비스가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른 오락 지출처럼 소비자 예산의 일상 항목이 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과 불투명한 상품 구조에 대한 초기 반발 사례로 평가된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AI는 무료와 유료 생성형 AI 챗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금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개인용 최저 유료 구독 상품인 클로드 프로는 월 17~20달러다. 맥스 5x 요금제는 월 100달러, 맥스 20x 요금제는 그 두 배인 월 200달러다.
소송은 앤스로픽이 맥스 5x와 맥스 20x 상품을 프로 상품보다 각각 5배와 20배의 사용 한도를 제공하는 것처럼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 한도는 파악하기 어렵고 더 낮아 보인다는 일부 이용자 불만과 같은 주장을 담았다. 원고 측은 “맥스 5x와 맥스 20x 상품이 제공하는 실제 사용량은 광고된 사용량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주로 앤스로픽이 2025년 7월 서로 다른 구독 등급 이용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해당 이메일에는 당시 사용 중이던 특정 앤스로픽 AI 모델별로 각 등급 가입자가 기대할 수 있는 주간 사용량이 설명돼 있었다고 소송은 밝혔다. 원고 측은 이 자료를 토대로 고가 상품의 실제 사용 한도가 홍보 문구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앤스로픽은 해당 소송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소송은 또 앤스로픽의 상품 마케팅이 '사기적'이라는 판단도 구하고 있다. 원고 측은 단순한 서비스 불만이 아니라 요금제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기대한 사용량과 실제 제공량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칸은 처음에는 개인적 이유로 클로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이후 코딩 작업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게 됐다. 그는 올해 4월 맥스 20x 구독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러나 몇 주 안에 회사가 부과한 주간 사용 한도에 도달했고, 5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사용한 한 차례 작업에서 주간 허용량의 15%를 소진했다고 주장했다.
칸은 작업을 멈추거나 사용량을 아껴 써야 했고, 작업을 끝내기 위해 추가 사용량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고가 AI 구독 상품을 업무 도구로 쓰는 이용자에게 사용 제한이 생산성과 비용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앤스로픽 이용자의 경험은 AI 붐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산업은 AI 도구에 얼마나 지출할지, 몇 명의 직원을 필요로 하는지, 수천 개 직무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판단하는 과정에 있다. 이 때문에 앤스로픽의 클로드뿐 아니라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모델의 안정성과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앤스로픽과 경쟁사들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새 도구를 고객에게 빠르게 내놓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량 제한과 요금제 설명이 불투명하다는 논란은 AI 기업들이 성장 속도만큼 소비자 보호와 상품 설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정부, 기업, 개인이 앤스로픽의 가장 강력한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지 며칠 만에 제기됐다. 앤스로픽은 새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특정 모델 접근을 모두에게 차단했다. 앞으로 쟁점은 고가 AI 구독 상품의 ‘사용량 배수’ 표현이 실제 이용 경험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그리고 AI 기업들이 제한 조건을 얼마나 명확히 공개해야 하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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