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허무는 가전과 가구…이젠 집이 사람을 돌본다

입력 2026-06-17 15:55  


생활 혁신기업들이 ‘집’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혁신의 기준이 가구, 가전 등 제품의 성능에서 이젠 생활 편의 개선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쉬고 머무는 공간이던 집은 위생과 수면, 습도, 돌봄, 학습, 스타일 관리까지 아우르는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비데는 욕실 공기를 관리하고, 침대는 수면 자세와 스트레칭을 돕는다. 제습기는 장마철 습도뿐 아니라 세탁물 냄새도 없애주고, 로봇은 집 안 안전을 살핀다.
◇욕실·침실까지 넓어진 생활케어
코웨이는 욕실과 침실에서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기업이다. ‘룰루 더매너 비데 플러스’는 비데의 역할을 단순 세정에서 욕실 공간 관리로 확장했다. 이 제품은 국내 비데 중 유일하게 비산흡입 기능을 적용해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미세 물방울과 세균의 외부 확산을 막는다. 흡입된 공기는 UV 살균과 안심클린 필터를 거치도록 설계했다. 사용 전 향기를 분사하고 이용 중 자동 탈취 기능을 작동시키는 등 욕실 냄새 관리 기능도 더했다. 비데가 위생가전을 넘어 욕실 환경을 관리하는 제품으로 바뀐 것이다.


침대 시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코웨이는 비렉스 브랜드를 앞세워 수면을 능동적으로 돕는 슬립테크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비렉스 R시리즈’는 모션베드에 스트레칭 기능을 결합했다. 대표 모델인 ‘R7 스트레칭 모션베드’는 내부 스트레칭 셀과 허리 지지 시스템을 통해 누운 상태에서 신체 이완을 돕는다. 무중력, TV 시청, 상체 올림, 하체 올림 등 다양한 자세 설정도 가능하다. 침대가 단순 가구가 아니라 회복과 휴식 루틴을 설계하는 장치로 바뀐 것이다.

여름철 생활가전에서는 신일전자가 습도 관리 수요를 겨냥했다. 신일의 ‘20L 상부식 제습기’는 장마철 빨래 건조, 결로, 실내 냄새 등 습기로 인한 생활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대 20L 제습 용량에 9L 물탱크를 갖췄고, 자동·연속·수면 모드 등 상황별 기능을 제공한다. 가장 큰 특징은 상부식 물통 구조다. 물통을 비우기 위해 허리를 숙일 필요 없이 위쪽에서 분리할 수 있어 관리 부담을 줄였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360도 회전 바퀴, 최대 24시간 예약 타이머도 적용했다.
◇생활 불편 줄이는 기술 경쟁
생활 혁신기업의 공통점은 제품 하나를 판매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욕실, 침실, 거실, 아이 방, 외출 준비 공간까지 소비자의 하루를 세분화해 불편을 찾아내고 이를 기술과 서비스로 줄여나갔다.


돌봄 영역에서는 SK인텔릭스의 웰니스 로봇 ‘나무엑스’가 눈에 띈다. 나무엑스는 집 안에서 사용자의 움직임과 생활 환경을 살피는 웰니스 로보틱스 제품으로, 세이프 케어와 라이브 뷰 등 서비스를 앞세웠다. 가족 구성원이 외부에서도 집 안 상황을 확인하고 이상 상황을 감지해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집 안 안전과 원격 돌봄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생활 로봇은 가전의 다음 단계로 부상하고 있다. 나무엑스는 CES 2026 혁신상 수상 제품으로도 소개됐다.


인테리어와 가구 기업도 집의 의미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LX하우시스는 여름철 집에서 휴식을 즐기는 ‘홈캉스’ 수요에 맞춰 벽지와 바닥재를 제안하고 있다. 프리미엄 벽지 ‘디아망’은 회벽, 페인팅, 스톤, 직물 등 다양한 질감과 디자인을 구현했다. ‘디아망 포티스’는 스크래치와 오염에 강한 내구성을 앞세워 반려동물 가구를 공략한다. 에이스침대 역시 체험형 매장과 프리미엄 침대 제품을 통해 수면 공간 자체를 고도화하는 흐름을 반영했다. 침대는 더 이상 잠만 자는 가구가 아니라 건강한 생활 리듬을 만드는 핵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교육 영역에서도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이 강화됐다. 교원 빨간펜은 영유아 대상 놀이 교구 관리 상품 ‘렛츠코!’를 선보였다. 2~4세 아이를 대상으로 교구, 도서, 워크북, 방문 수업을 12개월 과정으로 연계한 상품이다. 글로벌 교구 브랜드 키위코의 STEAM 기반 교구를 활용해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요소를 놀이 속에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하이모는 탈모 관리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가발이 부족한 머리숱을 보완하는 제품이었다면, 최근에는 출근, 운동, 여행, 샤워 등 일상 활동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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