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65세에도 일하는데…아들은 백수 "대기업만 웃는다"

입력 2026-06-17 16:46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정 정년연장 논의와 관련해 산업현장 혼란, 청년고용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임금체계 개편이나 재고용 제도 보완 없이 정년만 일률적으로 늘릴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세대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정년연장 법안에 "소득 공백 줄여도 신중해야"
공감·공영·미래를 위한 노동선진화 연구포럼과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는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정년연장 정책 토론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민주당의 정년연장 법안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연금수급 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 사이의 소득 공백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년을 법으로 일괄 상향하는 방식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발제에 나선 야시로 아츠시 쇼와여대 교수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제도를 소개했다. 일본은 2006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시행하면서 기업이 65세까지 정년연장, 정년제 폐지, 65세까지 고용연장 중 하나를 선택해 근로자 고용을 늘리도록 했다.

야시로 교수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정년을 폐지한 기업은 3.9%, 정년을 65세로 늘린 기업은 31%, 재고용 등 계속고용을 택한 기업은 65.1%로 나타났다. 정년을 직접 올린 기업보다 재고용 등 계속고용 방식으로 대응한 곳이 훨씬 많았던 셈이다.

야시로 교수는 "정년을 늘리는 방식은 일률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금 비용 증가와 정년 도달자의 직위 등을 둘러싼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년연장과 계속고용을 결합하는 방식이 활용된다는 설명이다.

야시로 교수는 "임금 곡선을 완만하게 하지 않는 한 정년연장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정년연장 대신 재고용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 고백 해소, 기업 부담 동시에 관리해야"
정년연장 논의가 단순히 고용기간을 늘리는 문제로만 다뤄져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에서 "고용연장의 기본 방향은 연금수급 연령과 정년 사이의 소득공백 해소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고용, 기업 부담을 동시에 관리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정년만 상향할 경우 대기업·공공부문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년연장·재고용·정년폐지·계약연장 등 복수의 경로를 근로자 개인과 기업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해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청년 일자리 등과의 조화를 이끌어야 한다"면서도 "(고용이 연장된 근로자가) 저임금 하위 트랙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처우 격차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법안에 대한 법적 우려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정년연장 논의는 고용보장만이 아니라 차별 금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임금 조정, 정년 후 지위와 관련된 법적 문제 해소를 묶어서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법안은 법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공급 구조에서 정년을 올릴 경우 기업 비용 충격뿐 아니라 취업규칙, 재고용 선별기준 차별, 임금 감액, 정년 도달 시점 등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공급 임금체계와 정년연장의 병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자 고용증가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조기 퇴직을 증가시킨다"며 "반면, 노동시장이 유연한 외국과 달리 경직된 국내에선 청년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그동안의 일관된 연구 결과"라고 했다.
경영계 "기업 어려워" vs 노동계 "소득 유지 기간 늘어야"
노사 입장은 엇갈렸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총괄전무는 고령자의 지속적 노동시장 참여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일률적 법정 정년연장엔 반대했다. 그는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 신규채용을 축소해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고치지 않은 채 법정 정년을 늘리면 기업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주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임금체계 개편, 퇴직 후 재고용 중심의 고령자 일자리 제공 방안을 제안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과 소득을 유지하면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야 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한 법정 정년연장을 주장했다. 청년 고용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세대 간 갈등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세대별 직무와 역할에 맞는 대안으로 풀어야 한다고 맞섰다.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일본식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이 노동시장에 부담이 되고 이중구조를 심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일본처럼 법정 정년은 60세로 그대로 두고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퇴직 후 재고용 때 근로자의 희망 직무를 최대한 반영하고 기업의 선택권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정 정년연장이 적용될 경우 산업현장에서 여러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고령자 고용법상 임금체계 개편을 효력 규정으로 바꿔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도 고용연장의 경우 예외로 두는 방안이 제시됐다. 고령자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기간제법의 근로계약 반복갱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도언급됐다. 김 교수는 "아예 고령자 고용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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