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유탄' 맞은 비우량 회사채

입력 2026-06-17 17:32   수정 2026-06-18 00:29

중앙그룹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파장이 비우량 회사채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를 투매한 영향으로 일부 종목 시장금리가 연 10%를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제이알글로벌리츠, 중앙그룹 사태가 잇따르자 채권시장에선 “더 이상 회사채를 믿기 어렵다”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 시장금리 연 10% 이상으로 치솟아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 여천NCC, 이랜드월드, 롯데손해보험 등 BBB급 채권이 연 10~12%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부 종목 금리는 지난주 대비 4~5%포인트 뛰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감수하고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여천NCC(BBB+) 회사채 유통금리는 지난 11일 평균 연 6.1%에서 17일 연 17.8%로 11.7%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이랜드월드(BBB0)는 연 5.9%에서 연 11.9%로, CJ CGV(A-)는 연 6.5%에서 연 8.3%로 상승했다.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BBB+)도 연 8.9%에서 연 10.4%로 뛰었다. 여천NCC는 12일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돼 금리 상승 폭이 특히 컸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AAA를 시작으로 D까지 10단계로 나뉜다. BBB- 이상은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되지만 신용위험 때문에 시중에서는 A-등급 이하를 비우량 채권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시장에서는 불안이 커진 투자자가 앞다퉈 채권 매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앙그룹 계열사가 BBB급 회사채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이 큰 것도 불안을 키운 요인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신용등급 하락 이전 기준 BBB등급 회사채 발행 잔액은 총 9616억원인데, 이 가운데 JTBC 발행 잔액이 3630억원으로 약 38%를 차지했다. BBB-등급 회사채 잔액 4358억원에서는 SLL중앙이 2222억원, 중앙일보가 213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 투자자 심리 급랭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시작으로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행사, 제이알글로벌리츠 회생, 중앙그룹 회생까지 개인 채권 투자자가 투자한 종목에서 신용 이슈가 잇달아 터졌다.

위기는 금융사로도 번지고 있다. 이날 한양증권 주가는 전일 대비 11.4% 하락한 2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양증권이 중앙그룹에 자기자본 6478억원의 13%에 해당하는 860억원 규모의 신용 공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단기자금시장에서도 한양증권 기업어음(CP) 금리는 지난 9일 연 3.27~3.31%에서 16일 연 4.05%로 약 0.7%포인트 올랐다.

신용평가사가 최근 비우량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낮춘 점도 투자심리 악화 요인이다. 12일 여천NCC는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돼 4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강제 상환하게 됐다. 같은 날 에스케이어드밴스드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됐다. 17일 워크아웃을 추진하기로 한 중앙일보도 1370억원 규모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해 신용등급이 B-에서 CCC로 추가 하향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저신용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진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무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회사채시장이 경색됐듯이 A급 이하 회사채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AA- 이상 대기업 우량 회사채까지 충격이 번진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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