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국내 최대 전기로 가동…"글로벌 판도 바꿀 것"

입력 2026-06-17 18:13   수정 2026-06-22 18:02


포스코가 국내 최대 규모 전기로(연산 250만t)를 준공하며 글로벌 탈탄소 경쟁에 승부수를 던졌다. 유럽과 일본 철강사가 잇달아 전기로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수출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건설 경기 침체로 사면초가에 빠진 국내 철강업계가 대규모 전기로 투자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면초가’ 철강업계 돌파구되나
포스코는 17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연산 250만t 규모 전기로 준공식을 열었다. 총 6000억원을 투입한 이 설비는 단일 전기로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연간 350만t의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국내 철강산업이 고로 중심 생산 체제에서 저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이정표라는 평가다. 전기로는 한번 쓴 고철(스크랩)을 녹여 주로 철근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한다. 최근 국내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전기로 생산량은 2021년 2239만t에서 2025년 1677만t으로 줄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저탄소 소재 요구가 커지면서 포스코는 더 이상 투자를 미룰 수 없게 됐다. 포스코가 이번에 꺼낸 카드는 ‘합탕’이다. 전기로와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혼합해 정련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은 줄이면서도 자동차 강판 등 고급 제품 생산에 필요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는 스크랩 선별과 정련 과정에서의 성분 제어 기술을 고도화해 2030년까지 자동차 강판과 전기 강판을 전기로 기반으로 생산한다는 목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준공식에서 “광양제철소 전기로 준공은 친환경 산업으로 진화하는 철강 산업의 미래를 상징한다”며 “정부는 어려운 대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철강업계의 노력과 헌신이 값진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제철은 지난달 규슈 야하타 공장 등에 전기로를 신설·확장하기 위해 2030년 3월까지 총 8687억엔(약 8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됭케르크 제철소를 운영하는 아르셀로미탈도 13억유로(약 2조3000억원)를 투입해 연산 200만t 규모 전기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가동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국내 주요 철강회사도 저탄소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지난 2월 탄소 저감 강판 생산에 들어갔다. 동국제강은 100만t급 전기로를 3개 운영 중이다. 2028년까지 초고속과 고효율을 앞세운 ‘하이퍼 전기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희소가스 국산화 신사업도
포스코의 최종 목표는 수소환원제철이다. 이 회사는 차세대 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를 통해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철강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연산 30만t 규모 실증 설비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단계적으로 탈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오늘 준공한 전기로는 단순히 하나의 설비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탈탄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스코는 제철소 부산물을 활용한 희소가스 생산 시설을 함께 공개했다. 포스코에어솔루션은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원료가스를 정제해 고순도 제논(Xe), 크립톤(Kr), 네온(Ne)을 생산하는 공장을 준공했다. 연간 생산 규모는 13만N㎥ 수준으로 국내 반도체산업이 필요로 하는 희소가스 수요의 약 52%를 공급할 수 있다.

이들 희소가스는 반도체 노광·식각 공정은 물론 우주항공과 의료산업에도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첨단산업 소재로 재활용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정은/안시욱/노유정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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