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팬들을 가장 열광하게 만드는 순간은 단연 전광판의 숫자가 바뀌는 ‘골’의 순간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골을 많이 넣은 선수가 가장 훌륭한 선수일까? 과거에는 이 질문에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지금, 세계적인 명장과 전문가들은 단편적인 결과 뒤에 숨은 ‘진짜 실력’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바로 ‘기대득점(xG, Expected Goals)’이라는 지표가 있다.기대득점은 쉽게 말해 ‘한 선수가 슛을 날렸을 때 이것이 골로 연결될 확률’을 뜻한다. 단순히 골문 앞에서 발을 갖다 댄 득점과, 수비수 서너 명을 제치고 어려운 각도에서 터뜨린 원더골은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데이터 분석가들은 슈팅의 거리와 각도, 패스의 질, 수비수의 압박 강도 등 경기당 30만 건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 확률을 계산해 낸다.
이 지표가 도입되면서 축구계의 평가 기준이 바뀌었다. 비록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더라도, 경기 내내 수비진을 뒤흔들며 끊임없이 ‘득점 확률이 높은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낸 선수가 누구인지 숫자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 정교한 축구의 문법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바라보는 통계의 시선과 방향이 일치한다.
오랫동안 인류는 한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측정할 때 ‘국내총생산(GDP)’이나 ‘소득’이라는 특정 지표에만 의존해 왔다. 마치 축구 선수를 오직 ‘골 수’로만 평가했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 삶의 모양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갑은 조금 두둑해졌을지 몰라도 극심한 주거 불안에 시달리거나, 여가 시간이 전혀 없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소득은 평균 수준이지만 가족과의 유대감이 깊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단순히 ‘얼마를 버느냐’라는 단편적인 숫자만으로는 국민이 느끼는 진짜 행복의 실체를 온전히 포착할 수 없는 이유다.그래서 데이터처가 주목하고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는 통계가 바로 ‘국민 삶의 질 지표’다. 슛 각도와 압박 수위를 계산해 기대득점을 뽑아내듯 소득, 고용, 주거, 건강, 교육, 여가 등 우리 삶을 구성하는 11개 영역의 다양한 모습들을 분석해 대한민국이라는 팀 전체의 행복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 지표를 활용하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경제성장 수치 뒤에 가려진 국민들의 진짜 결핍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정책적 ‘패스’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축구에서 기대득점(xG)을 보면 팀이 나아가야 할 전술의 방향이 보이듯, ‘국민 삶의 질 지표’는 국가가 어떤 복지 전술을 펼쳐야 하는지 보여주는 정교한 나침반이다. 데이터처는 앞으로도 숫자의 나열을 넘어, 국민의 삶을 더 따뜻하고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통계 지표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글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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