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필요한데 1000억 지원?…'벼랑끝' 홈플러스 어쩌나

입력 2026-06-18 19:00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1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지원을 결정하자 홈플러스 측은 "파산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회생을 위해 필요한 자금 2000억원 가운데 절반만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라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홈플러스에 대해 1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 지원을 의결했다. 메리츠는 이르면 19일까지 1000억원을 자체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할 예정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부족을 해소하고 구조혁신을 이어가기 위해 주요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을 요청했다. 주주사인 MBK파트너스는 이 가운데 100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메리츠는 MBK가 보증한 1000억원에 대해서만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나머지 1000억원에 대해서는 MBK가 직접 대출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메리츠 측은 "MBK에 1000억원 직접 대출을 추가 조건으로 강제한 것은 아니며 대주주로서의 동참을 촉구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메리츠가 회생에 필수적인 나머지 1000억원에 대해서는 사실상 지원을 거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메리츠증권이 보내온 최종 제안은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담고 있어 사실상 대출 지원 의사가 없음을 확인시켜줬다"며 "2000억원 대출 거부와 홈플러스를 파산으로 내모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MBK파트너스가 회생절차 개시 이후 현재까지 2200억원의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고, 주요 임원들이 개인 연대보증과 주택담보까지 제공한 상황에서 추가로 1000억원을 직접 조달하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메리츠가 MBK의 자체 자금 조달을 위해 부동산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 설정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홈플러스는 "실행 가능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회생절차가 시작된 현 상황에서 2순위 수익권을 가진 대출기관들이 추가 담보 설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회생은 필요 자금 2000억원을 누가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다음달 3일까지로, 기한 내 DIP 금융 20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회생절차 연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B 업계에선 자금 조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이달 중 회생절차 연장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회생계획을 더 끌고 갈 명분이 약하다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메리츠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대형 금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회생에 필수적인 2000억원 대출을 전향적으로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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