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장교환술(TPE)은 일반적인 신장 투석과는 차원이 다르다. 투석이 미세한 소분자 노폐물만 걸러내는 것이라면, 혈장교환술은 피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같은 세포 성분을 제외한 혈장 자체를 원심분리기로 통째로 청소한 뒤 새 액체로 바꿔 넣는 시술이다. 이 과정에서 혈액 속을 떠돌며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노화 단백질과 독성 항체가 강제로 배출된다. 젊은 혈장이 늙은 쥐의 근육과 뇌세포를 재생시켰다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이종병체결합(Parabiosis·두 생체의 혈관을 연결하는 실험)이 이 시술의 의학적 모태다.
시술 당일, 침대에 누워 분리된 혈장을 마주했다. 진한 맥주색 액체가 백에 가득 담겨 있었다. 이튿날 아침엔 머리가 더 없이 맑아졌지만, 몸은 정반대였다. 오한이 오고 입에서 신맛이 났다. 평소의 60% 강도 운동도 버티기 힘들어 주저앉았다. 시술 4일 차엔 고강도 인터벌 훈련을 시도했다가 눈앞이 하얘지는 빈혈을 경험했다. 이유는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었다. 피를 너무 깨끗이 청소한 탓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73.0mg/dL에서 29.8mg/dL로 반토막 났고, 성장호르몬 지표도 떨어졌다. 호르몬을 만드는 원료(콜레스테롤)가 순간 고갈돼 시스템 전체가 일시적으로 붕괴한 것이다.
그러나 반전은 그 이후 찾아왔다. 운동, 식단, 수면이라는 삼박자를 지키자 몸이 폭발적으로 재건되기 시작했다. 시술 후 34일째 받아 든 최종 성적표는 놀라웠다. 최하한선이던 성장호르몬 지표는 123ng/mL로 완벽하게 정상 범위에 진입해 ‘세포 재생’ 신호를 켰고, 활력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5.81에서 7.00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만성적 문제이던 신장 부하 수치와 간 수치도 정상화됐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은 혈장교환술이 노화를 한번에 해결하는 마스터키는 아니라는 점이다. 피를 ‘리셋’했더라도 건강한 식단과 깊은 수면, 운동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금세 원상복구됐을 것이다. 다만 더없이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자기 몸의 데이터를 읽어보려는 노력 그리고 무너진 몸을 개선해 나가려는 집요함이야말로 젊음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점이다. 역노화는 숫자를 아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김한균 웰니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Wave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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