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도 차세대 HBM 샘플 공급

입력 2026-06-18 17:27   수정 2026-06-19 01:17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인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 지난달 삼성전자에 이은 두 번째 샘플 공급이다. 메모리 투톱 업체가 한 달 간격으로 HBM4E 샘플을 공급하면서 양산 이후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학습·추론에 특화

SK하이닉스는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18일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하반기에 샘플을 출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그 시기를 앞당겼다. 업계에선 해당 고객사를 엔비디아로 추정하고 있다. HBM은 D램을 여러 겹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메모리 반도체다. HBM4E는 엔비디아가 하반기 출시할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장착될 HBM4의 후속 제품이다. HBM4E는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할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울트라’ 등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은 이전 세대인 HBM4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을 모두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핀당 최대 16Gbps(초당 기가비트)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하고, 에너지 효율은 20% 이상 개선해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데이터 처리 성능을 대폭 높였다.

SK하이닉스는 HBM4까지 10나노급 5세대(1b) D램을 적용했으나 이번 제품부터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도입했다. 최신 인터페이스와 설계 최적화를 통해 데이터 전송 지연도 최소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대역폭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을 지원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컴퓨팅 시스템의 처리 효율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패키징 안정성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독자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12단 적층 기준으로 48GB(기가바이트) 용량을 구현하는 동시에 구조적 안정성을 높였다.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의 발열 문제를 제어하기 위해 열 저항을 HBM4 대비 약 17% 낮춘 것도 강점이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칩 사이 공간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누가 먼저 퀄테스트 넘을지 주목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어느 기업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퀄테스트) 문턱을 먼저 넘을지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면 AMD, 구글 같은 다른 업체에도 납품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양사의 패키징 공정 경쟁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 TC NCF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칩과 칩 사이에 얇은 절연 필름(NCF)을 덧댄 뒤 열과 압력을 가해 층층이 접착하는 방식이다. 기술 접근 방식이 다른 만큼 최종적으로 누가 더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해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출지가 HBM4E 시장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두 회사는 HBM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이어가고 있다. HBM3E는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지만, 삼성전자가 HBM4를 먼저 엔비디아에 납품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과거부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꾸준히 납품해왔기 때문에 물량 측면에서는 여전히 앞서고 있다. 메모리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내년 HBM4E 양산을 목표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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