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샴푸 아깝다고 물 부어 썼는데…'끔찍한 결과' [건강!톡]

입력 2026-06-18 19:08   수정 2026-06-18 19:20


샴푸 통을 거꾸로 세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물을 부어 흔들어 쓰는 사람도 있다. 후자는 절약처럼 보이지만 보건 측면에서는 권장되지 않는 행동이다. 물이 섞이는 순간 샴푸 통 안의 환경이 바뀐다.

최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올로지오픈(MicrobiologyOpen)'은 재사용 세제 용기를 대상으로 세균 오염 실험을 진행한 결과, 용기 4개 중 1개꼴(오염률 25%)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오염이 확인된 용기의 세균 수는 최고 mL당 1억 개(CFU, 집락형성단위)에 달했다. 세제 농도가 12.5~75% 수준으로 낮아질 때 유의미한 증식이 나타났는데, 이는 물을 희석한 샴푸가 세균 배양 조건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다.

번식하는 세균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다. 초록색 고름을 형성하는 특성에서 이름이 유래한 이 병원성 세균은 공기·물·토양 어디서나 존재하며,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 증식 속도가 빨라진다.

특히 습도가 높은 화장실은 녹농균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샴푸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 용기 내부로 유입된 녹농균은, 물 희석으로 보존제 농도가 낮아진 샴푸 안에서 억제되지 않고 증가한다.

녹농균은 신체 대부분의 조직을 통해 감염을 일으킨다. 피부에 닿으면 발진·가려움이 나타나고 모낭염으로 번질 수 있다. 샴푸 물이 귀로 유입되면 외이도염 위험이 있다. 외이도는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어진 통로로, 염증이 생기면 부기와 통증이 동반된다.

피부 상처를 통해 침투할 경우에는 2차 감염에서 패혈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패혈증은 세균이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상태로 생명을 위협한다. 건강한 성인에게서 이 단계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와 영유아는 노출 자체를 피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물을 넣었다면 1~2회 사용 후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

샴푸 잔량이 아깝다면 물을 섞는 대신 세탁에 활용하면 좋다. 땀 냄새가 배기 쉬운 빨랫감에 샴푸를 소량 덜어 물을 적신 뒤 가볍게 문지르면 탈취와 세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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