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조시장(선불식 할부거래업)이 1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상조 가입자 수는 1100만 명을 돌파했다.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 상조 서비스를 받기 위해 고객들이 상조업체에 납부한 선수금의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3월 말 기준 76곳의 선불식 할부거래업체가 고객들에게 받은 선수금이 11조354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전년(10조3348억원) 대비 9.9% 늘었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는 선불식 상조업체와 적립식 여행상품 판매업체를 뜻한다. 선수금은 업체들이 미래에 상조 및 여행 서비스 제공을 약속하고, 고객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은 자금이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의 가입자 수는 1131만 명에 달했다. 1년 만에 171만 명이 늘었다. 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5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선수금 규모는 70.4%, 가입자 수는 65.4% 급증했다.
설립 문턱이 높지 않아 난립했던 상조업체들은 규모가 큰 상위 업체 중심으로 정리되는 추세다. 가입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17개 업체의 가입자 수는 1027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 수(1131만 명)의 90.8%를 차지했다. 17개 대형업체가 쌓아놓은 선수금은 10조2189억원으로 전체 선수금(11조3544억원)의 90.0%에 달했다.
상조 시장이 커지고, 납입 선수금이 쌓이면서 선수금 관리·감독 강화의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업계 7위 상조업체 부모사랑은 지난해 암호화폐 이더리움 테마주인 비트마인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595억원을 투자했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말 기준 이 상품의 장부가는 10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중소 상조회사 중에선 고객 돈인 선수금보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에게 빌려준 대여금이 더 많은 경우도 적지 않다. 선수금이 5억7000만원인 한양상조는 대표에게 22억원을, 선수금이 4억5000만원인 제주일출상조는 대주주에게 16억원을 빌려줬다.
상조회사는 재무 건전성 규제와 선수금 운용 관리 등을 거의 받지 않는다. 고객으로부터 장기간 자금을 조달해 운용한다는 점에서 보험사 등 금융회사와 비슷하지만 법적으로 금융회사가 아닌 선불식 할부금융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상조회사 관리·감독 역할을 맡고 있는 공정위는 대주주가 고객의 선수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할부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에는 상조업체가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신용공여 합계액이 회사 자본금의 50%를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배주주 등에게 신용공여할 땐 재적 임원 전원의 찬성을 받아야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을 빌려줄 땐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상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미비점을 지속 보완하며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신용공여를 제한하는 등 선수금의 사금고화 차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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