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만큼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없다. 우리가 어떤 나라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는 그곳의 랜드마크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크리스 반 두인은 렘 콜하스(Rem Koolhaas)와 함께 OMA건축사사무소를 이끄는 7명의 파트너 건축가 중 한 명이다. 그는 1996년 인턴으로 OMA에 입사해 파트너의 자리에 올랐으며, 올해 건축가가 된 지 30주년이 되었다. 2004년 렘 콜하스가 설계한 리움미술관이 개관했을 때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그였는데, 올해는 홍익대학교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 착공을 진두지휘하게 되었다.

이번 홍익대 프로젝트는 일본 SANAA, 스위스 헤르조그 앤 드 뫼롱, 이탈리아 렌조 피아노 아키텍츠, 영국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등 모두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5팀이 도전한 공모 중에서 선정된 것이기에, 서울이 지금 얼마나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축의 격전지인지 느끼게 한다.
그가 주도하는 홍익대학교 뉴 캠퍼스는 학교와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며, 21세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부산에서도 광안리 프로젝트와 부산 경사지 산간 주거 마스터플랜을 진행 중이다. 크리스 반 두인의 대표작은 베이징 CCTV본사, 베를린 악셀 스프링거 HQ, 밀라노 프라다재단미술관 등이며, 최근 중국에서 항저우 프리즘, 샤먼 조무 본사 프로젝트를 완공했다. 인구 감소와 기후 위기의 시대, 한국의 건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한 그의 의견이 궁금하다.



▶ 2031년 홍익대 확장 프로젝트 완공 이후 서울이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지?
“홍익대 확장 프로젝트가 서울을 크게 바꿀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새로운 서울을 반영하고, 표현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리움미술관과 같은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년간 서울을 방문하며 서울의 변화 여정을 목격했다. 내향적 사회였던 서울이 지금은 개방적이고 역동적이 되었다. 마치 K팝의 성장과 같이 국제적인 도시가 되었고, 새로운 세대가 서울을 바꾸고 있다. 서울은 이제 외국인이 방문하기 좋고, 살기도 좋은 세계의 수도가 되었다. 홍익대 확장 프로젝트는 서울이 이미 향하고 있는 이러한 방향을 반영하거나 흐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시대의 증인이 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서울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어울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사람들과 즐겁게 교류하고 있다.”
▶ 홍익대 확장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뉴 캠퍼스가 가질 다양한 조건들이 아름다운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만약 당신이 홍익대 뉴 캠퍼스를 10번 방문한다면, 10번 모두 완전히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것. 끊임없이 실현되고 발견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역동적이고 불안정하다. 고정된 디자인과 완전히 반대이기 때문이다. 고정된 디자인은 최종 결과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매번 다르게 보일 것이다. 정원의 식물이 자라는 방식, 홍익대학교 통로(level)가 사용되고 프로그래밍 되는 방식, 내부와 중정이 학생들에게 점유되는 방식 등은 모두 매 순간 달라질 것이다. 홍익대 뉴 컴퍼스는 결국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기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은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이 공간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홍익대 뉴 캠퍼스를 중정, 홍익대 레벨, 옥상 등 3개 레벨의 레이어로 구성했다.)”

▶ 최근 강연에서 당신의 세 개 대표작, 홍익대학교 뉴 캠퍼스, 베를린 악셀 스프링거, 대만 공연예술극장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이 세 곳 건축의 공통점이 무엇이길래?
“세 프로젝트들을 소개한 이유는 건축을 ‘랜드마크’라는 개념 속에서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 건물들은 랜드마크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그곳의 문화와 강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회사는 ‘랜드마크’라는 개념과 애매모호한 관계를 갖고 있다. 국제 설계사무소로서 우리는 설계 공모나 상징성이 큰 프로젝트에 초대되는 경우가 많은데, 건축주가 주로 단순히 랜드마크를 요청하는 데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그 프로젝트 자체는 표현적 유형에 머무르기 쉽다. 건축주가 기대하는 것은 오직 다른 건물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다른 프로젝트와 차별화되는 마케팅 대상이 된다.

특히 중국에서 ‘랜드마크’의 유형은 신도시 안의 맥락에서 오랫동안 제도화되어 왔다. 랜드마크는 지역 정체성의 일부가 되는 실루엣이기도 하지만, 나는 과연 이것이 전부인지 질문하고 싶다. 랜드마크가 단순히 브랜딩 전략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내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점은 랜드마크는 결국 그저 평범한 도시 계획의 임시방편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더 근본적 문제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장기적으로 생동감 있는 도시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새로운 도시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말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한국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종이에 그린 계획만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 수 없다. 마스터 플랜이 도시로 성장하고, 고유한 문화를 형성해 특정한 장소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언급한 이 세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도시,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가진 프로젝트이지만,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의 맥락을 흡수함으로써 관계를 만들거나, 미래를 위한 맥락을 만들어낸다. 아직 맥락이 없다면 그것은 주변을 위한 맥락이 되기도 한다. 맥락을 가진 건물을 설계한다는 것은 늘 이 두 가지를 의미한다. 그 도시가 어떤 곳인지, 그곳에 사는 문화가 어떤지 느껴야 한다. 하지만 단지 분석하고 흡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무언가에 기여를 해야 한다. 내가 강조한 이 세 곳의 건축물은 바로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전반적 맥락에 반응하면서도 새로운 요소와 자극을 가져온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우리의 목표는 같을지 몰라도 결과는 다르다. 맥락을 통해 읽어낸 프로젝트의 잠재력은 다행히도 매우 다른 해법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해준다. 어떤 때는 시각적으로 강하게 드러나고, 어떤 때에는 보이지 않게 나타난다. 그 아이디어를 건축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은 결국 맥락에 달린 것.”

▶ 랜드마크에 대한 의견이 매우 흥미롭다. 맥락을 고려한 세 건축물의 공통점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지?
“대만 공연예술극장은 의례적이고 강렬하면서도 동시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건물이다. 베를린 악셀 스프링거는 도시의 어두운 역사를 포함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도시의 여러 측면과 연결되어 있다. 홍익대 확장 프로젝트는 대학 캠퍼스이지만, 주변 환경과 강한 관계를 갖는다. 다른 대학에는 이 설계 디자인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홍익대 확장 프로젝트는 대상과 맥락에 특화되어 있다. 최근 완공한 항저우 프리즘도 마찬가지다. 이를 서울에 두면 어울리지 않고,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대를 어느 정도 전제로 해서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가는 접근이야말로 과정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그래서 주변의 문화와 연결되는 내러티브를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분석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특징을 부여하는 일이다.”



▶ 당신은 이전에 언급했던 “디자인이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가 아니라 “도시가 디자인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고정관념의 전복이 흥미로웠다. 홍익대학교 뉴 캠퍼스도 이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
“무엇이 빌딩을 랜드마크로 만드는가?”라는 위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간다. 홍익대 확장 프로젝트 공모 지침 역시 ‘랜드마크’라는 단어를 포함했었다. “홍익대학교 정체성을 공간적으로 정의하는 프로젝트”라는 문구, 그것이 설계의 시작이었다. 우리 팀은 대학교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 문장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하나의 건축 오브젝트는 그 문장의 야심과 잘 맞지 않는다. 홍익대를 특별히 만드는 건 건축적 과시가 없다는 점이다. 이 학교는 자연과 중정, 안팎의 연속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며, 공간은 압축적이지만 강렬하다. 서로 다른 학과의 학생과 인근 지역이 맞닿아 있다. 다른 대학들은 이러한 극단적 강도의 근접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공간을 점유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공공 공간을 만들고, 이러한 관계를 연결하고 강화시켜야 한다고 봤다. 캠퍼스 중심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이로 인해 발생한 분리를 되돌리기 위해 중정을 강조했다. 도시를 캠퍼스 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전통적 의미의 파사드를 가진 건축은 이러한 맥락에 적절하지 않았다. 건축은 이 상황에서는 그저 배경이 된다. 맥락을 지원하지만 맥락을 주도하는 요소는 아니다. 이것이 바로 프로젝트의 중심인 보이지 않는 랜드마크 개념이다.“

▶ AI의 시대다. 건축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하는지?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AI 때문에 건축이 분명히 변화할 것이라고 봤다. 지난 2년간만 보아도 AI가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 연구하는 방식 등을 바꾸었다. 처음 건축을 시작한 30년 전 당시 회사는 큰 테이블 위에 자와 종이가 놓인 여전히 구식 건축 사무소였다. 하지만 첫 인턴십을 마쳤을 때, 그 테이블은 모두 복도에 나가고 오토 캐드를 설치한 컴퓨터가 들어왔다. 1년 만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신문과 잡지를 오려서 슬라이드와 사진을 만들며 일하다가, 디지털 카메라와 VR 고글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 우리는 여전히 실물 건축 모형을 만들고, 손으로 스케치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병행하고 있다. 모든 기술적 변혁은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본질은 이 프로젝트는 무엇에 관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다. 첫 디지털 혁명 당시에는 종이 없는 사무실에 대한 논의가 발발했다. 앞으로 모두 디지털로만 일하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디지털 시기에 종이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AI로 인해 아이디어의 과잉 생산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결국 인간이 걸러야 한다. 창의적 질문을 던져야 하고,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고, 만나서 대화한다. 진정한 협업의 가치는 높아지고 사고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건축가의 본질은 사고를 시각화하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생각하고 창의하는 작업은 인간의 중요한 활동이 될 것이며, 그런 점에서 미래에도 창작자는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낙관한다.“

이소영 프리랜서 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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