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이른바 '제2수사단' 구성을 위해 정보사령부 요원 명단을 민간인에게 넘긴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순표 부장판사)는 19일 군사기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는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5년보다 낮은 형량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11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김봉규 전 중앙신문단장, 정성욱 전 100여단 2사업단장 등과 공모해 정보사 특수임무대(HID) 요원 등 40여 명의 인적 사항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이 해당 명단을 활용해 비상계엄 상황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 구성을 추진했다고 봤다. 재판부 역시 이 같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장관 측은 해당 기소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과 중복되는 '이중기소'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와 군사기밀누설죄는 구성요건이 서로 다른 별개의 범죄"라며 특검의 공소 제기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보사 요원들의 인적 사항이 군형법상 누설이 금지되는 군사기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누구보다 특수요원 신상정보의 보호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군 지휘체계를 이용해 민간인인 노상원 전 사령관이 정보사 요원들의 인적 사항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범행은 아무런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 선포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동력 중 하나였다"며 "단순한 군사기밀누설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그치지 않고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군사기밀로 지정되거나 관리되지 않은 정보를 기밀이라고 판단한 잘못된 판결"이라며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장관 변호인단 소속인 이하상·고영일·김지미 변호사는 전날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들은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과 일반이적 사건 등 김 전 장관 관련 재판에서도 모두 손을 떼기로 했으며, 향후에는 유승수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법리 다툼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이번 사건 외에도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또 비상계엄 명분 조성을 위해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을 지시한 혐의로도 최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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