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회사의 '자회사 구하기' 세제혜택 올해 말 끝난다

입력 2026-06-19 18:18   수정 2026-06-20 00:48

모회사가 자회사 빚을 갚기 위해 자산을 팔면 법인세 납부를 미뤄주는 세제 혜택이 올해 말 종료된다. 이 제도는 2024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당시 건설업계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정부는 자회사의 부담을 모회사에 떠안기는 방식이 법인 독립성과 주주 가치 보호를 중시하는 최근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세, 2년 뒤부터 3년간 납부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2027년 세제 개편안’에 올해 말 일몰이 돌아오는 ‘내국법인의 피출자법인 금융채무 상환을 위한 자산매각에 대한 과세특례’를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특례는 모회사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자회사를 위해 자산을 매각하면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 시점을 2년 뒤로 미뤄주고, 세금도 3년 동안 나눠서 낼 수 있도록 허용한다.

법인세 최고세율(25%) 적용 대상 기업인 A사가 경영난을 겪는 자회사 빚을 갚기 위해 50억원에 산 건물을 올해 150억원에 팔았다고 가정하자. 과세특례 조항 덕분에 A사의 양도차익(100억원)은 2026년이 아니라 2028년에 잡힌다. 그 결과 자산을 올해 팔았지만 A사가 실제로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시점은 2029년으로 늦춰진다. 그마저도 3년간 세금을 나눠 낼 수 있기 때문에 A사는 전체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25억원을 2029년부터 2031년까지 8억3333만원씩 내면 된다.

과세특례 조항이 예정대로 일몰되면 A사의 양도차익은 올해 사업연도에 인식돼 내년에 25억원을 한 번에 내야 한다.
◇K-밸류업·상법 개정 기조에 ‘손질’
자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모회사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는 2023~2024년 PF 부실 사태를 계기로 마련됐다. 시행·시공·개발 사업이 얽혀 있는 건설회사의 지배구조상 자회사 하나가 무너지면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신용위험이 건설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기 때문이다. 정부는 건설업계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2025년 이 특례를 도입했다.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이 특례를 일몰시키려는 건 PF 부실 위험이 줄어든 데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존엔 그룹 전체 생존을 위해 모회사의 부실 자회사 지원을 사회적 책임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법인의 독립성과 주주 가치 보호를 중시하는 경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혜택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개정 상법의 취지에 맞지 않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K-밸류업’ 정책에도 반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았다.

특정 정책 목표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을 줄이려는 정부 방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12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한시적 조세 감면은 기본적으로 일몰한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며 관행적인 일몰 연장을 줄이라고 주문했다.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도 “연간 80조원에 이르는 조세지출을 원점에서 정비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감면하라”고 지시했다. 우리나라의 조세지출 규모는 2024년 70조5000억원에서 올해 80조5000억원으로 2년 새 10조원가량 불어날 전망이다.

모회사가 회생이 어려운 자회사를 일단 지원하고 보는 행태에 대한 당국의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 자회사 등이 영구 전환사채(CB)를 저금리에 발행하도록 지원한 CJ와 CJ CGV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남정민/김일규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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