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북·러 밀착에 대북제재 효과 없어…트럼프도 공감"

입력 2026-06-19 17:58   수정 2026-06-20 01:47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유럽 순방 성과를 브리핑하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나눈 대화를 상세히 소개했다. 미·북 대화를 모색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결→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설명해 호응을 얻어냈다는 게 핵심이다. 북한이 핵 무기를 고도화한 사실을 인정한 현실적 접근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선제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해줬다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北 체제 위협 없게 해 비핵화”
한·미 정상은 지난 16~17일 G7 정상 만찬 등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긴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최근 SNS에 8년 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한 사진을 올린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기 이전 단계에서 가능한 조치를 해야 했는데 못 해서 아쉽다”고 했다고 이 대통령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금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이란 핵 문제를 대하듯 군사력을 동원해 북핵 문제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했다”며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고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계적 해결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핵 보유를 인정해야 대화하겠다고 하고, 국제사회는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하니 대화가 안 된다”며 북한의 추가 핵 물질 개발과 무기체계 고도화를 중단시키는 걸 단기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일단 중단시키고, 안정되면 감축한 후 그다음 신뢰가 쌓이면 체제 위협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비핵화하는 걸 장기 목표로 삼자고 했다”고 설득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충분히 고민해보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라며 미·북 대화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효과가 없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이 군사·경제 측면에서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대북 제재 효과가 더 약해졌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설명은 대북 제재를 해제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加 잠수함 수주, 감 잡을 수 없어”
이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에서 EU의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TRQ) 축소 방침과 관련해 “이런 조치가 무역장벽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TRQ 축소가 불가피하다면 다른 산업에서 반대급부로 한국 산업계에 유리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요구를 100% 다 들어주지는 못할 텐데, 그렇다면 다른 영역에서라도 유리한 요소를 찾아 개선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EU 측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지만 60조원 규모 잠수함 사업 수주와 관련해선 “결과를 전혀 감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종합적인 판단으로 상당히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 낙관하기에는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카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캐나다의 방위산업 역량 강화 과정에 우리가 적극 협력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K방산’의 잠수함 수주를 적극 지원했다.

한재영/김다빈/최해련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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