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20년전 받은 땅값 10배 됐는데…유류분 청구할 수 있을까

입력 2026-06-21 16:41   수정 2026-06-22 00:46


아버지가 생전에 두 아들에게 5억원씩 증여했다. 첫째에게는 현금을, 둘째에게는 5억원 상당의 토지를 줬다. 20년 후 아버지가 사망할 무렵 동생이 받은 땅 주변이 개발되며 토지 가치는 50억원으로 뛰었다. 이때 형은 동생에게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유류분 소송에서 가액 산정은 상속 개시(고인의 사망)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동생은 50억원을, 형은 20년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10억원 미만을 물려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5일 ‘신(新) 유류분 제도와 상속 분쟁’을 주제로 ‘한경 로앤비즈 세미나 2026’을 열었다. 강연자로 나선 김상훈 법무법인 트러스트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최근 부동산 등 재산가치가 상승하면서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많아지고 있다”며 실무상 자주 벌어지는 유류분 분쟁 유형을 소개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상속포기 각서를 쓰면 나중에 유류분 청구를 못 하느냐’는 질문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미리 상속을 포기한 건 무효로 본다”며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 시효가 1년으로 매우 짧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민법 개정으로 유류분 제도는 크게 바뀌었다. 형제자매의 유류분 청구권이 폐지되고, ‘패륜 상속인’에 대한 유류분 제한 범위가 확대됐다. 상속인이 유류분 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런 제도 변화에 발맞춰 향후 유류분 관련 분쟁은 훨씬 복잡해질 전망이다.

그는 “상속 분쟁을 줄이려면 평소에 증거자료를 많이 만들어놔야 한다”며 “금전적 도움을 줬다면 계좌이체 기록을 남기고, 부모님을 부양했다면 관련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상적인 부양의무를 다한 것만으로는 형제보다 더 많은 유류분을 주장하기 어렵다. 그는 “부모님이 병원에 가고 싶어 할 때 모셔다드린 정도는 기본적인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수년간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버지를 보살폈거나, 어머니와 한집에 살면서 부양했다면 기여분이 인정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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