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주 2년 되도록 등기도 못해…법원 "재건축조합에 지연 책임"

입력 2026-06-21 16:40   수정 2026-06-22 09:46

[단독] 입주 2년 되도록 등기도 못해…법원 "재건축조합에 지연 책임"

서울 강남구 재건축 대단지인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수분양자들이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등기 지연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유치원 부지 소송과 행정절차 지연 등을 이유로 한 조합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간 소유권이전 등기를 해주지 못한 책임이 조합에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김주완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일반 수분양자 286명이 개포주공4단지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0억7763만266원과 그 이자까지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 '등기지연'은 조합 책임
원고들은 지난 2023년 입주 지정기간에 맞춰 분양대금 잔금을 납부하고 입주를 마쳤다. 그러나 조합이 소유권보존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면서 약 2년간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하지 못한 채 거주해야 했다.

수분양자들은 미등기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제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이용이 제한되고, 전세·매매 거래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입는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은 경기유치원 부지 관련 행정소송과 강남구청의 이전고시 지연, 도로 등 정비기반시설 설치 문제 등 외부적 요인 때문에 등기가 늦어진 것일 뿐 조합의 책임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수분양자의 손을 들어줬다. 입주 지정기간 종료일인 2023년 4월 28일부터 1년이 지나면 조합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또 유치원 부지 분쟁과 기반시설 문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 측 사정에 해당할 뿐, 수분양자에 대한 등기 의무를 면하게 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손해액 산정 어려워도 배상해야
이번 소송에서 수분양자 측은 단순히 등기 지연 사실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합이 주장한 '불가항력'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인접 단지 개발 지연에 따른 도로 설치 문제와 유치원 부지 분쟁은 모두 분양 이전부터 존재했던 사안이라는 점을 입증하며, 조합이 예견 가능한 위험을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손해액 산정 방식도 주목된다. 통상 등기 지연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수분양자별 금융 손실과 임대차 상 손해를 입증하기 위한 감정 절차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손해 발생은 인정되지만 정확한 손해액 산정은 어렵다”고 보고 286명의 원고 각각에 대해 금융 손실을 일일이 감정하지 않고도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사건을 대리한 손광남(사법연수원 42기)·김동원(변호사시험 9회)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행정청의 보완 요구나 관련 소송은 조합 내부 사정에 불과할 뿐 수분양자에 대한 등기 지연 책임을 면하게 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며 “복잡한 감정 절차 없이 신속한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정비사업 관련 집단분쟁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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