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가 26년 만에 바뀌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라서면서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한 SK하이닉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결과다.
22일 오후 12시42분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6.15% 급등한 293만4000원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294만5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 시각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091조687억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피 부동의 대장주 자리를 지키던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99% 상승한 35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90조446억 원으로 집계돼 SK하이닉스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줬다. 양사 간 시총 격차는 약 1조241억원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지난 2000년 한국통신(현 KT)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한 세대 가까이 국내 경제와 증시를 지배해 온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가 깨지고 새로운 대장주가 탄생했다.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굳건하게 유지해 온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폭발적인 AI 산업 성장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붐으로 세계 반도체 수요가 대폭 늘어난 가운데 반도체 판매 가격도 껑충 뛰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익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 스마트폰, 가전 등 여러 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해 엔비디아에 공급하면서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를 제치고 시장을 선도해 왔다.
덕분에 반도체 초호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폭이 삼성전자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약 480% 상승한 사이, SK하이닉스 주가는 920% 넘게 폭등했다. 지난해 6월 187조원 규모이던 SK하이닉스의 시총은 1년 사이 2000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미국 증시에 예탁증서(ADR)를 상장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미국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AI 에이전트 시장이 클라우드 중심에서 PC, 모바일 등 엣지 디바이스로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HBM·서버 D램·기업용 SSD 등 메모리 수요 전반이 가속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주가가 38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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