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열풍 끝?…건강식 판 흔들더니 맥도날드도 '베팅'

입력 2026-06-23 19:00   수정 2026-06-23 19:29

단백질 열풍 끝?…건강식 판 흔들더니 맥도날드도 '베팅'


식품업계의 건강 트렌드가 당류를 낮추는 '저당'을 넘어 식이섬유 섭취량을 의도적으로 늘려 혈당을 관리하는 이른바 '파이버맥싱(Fiber Maxing)'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백질 위주였던 건강식 시장의 관심이 식후 혈당 상승 억제와 포만감 유지에 도움을 주는 식이섬유로 이동하면서, 국내외 식품 기업들이 고식이섬유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추세다.

지난 22일 글로벌 정보컨설팅 기업 민텔(Mintel)의 코맥 헨리(Cormac Henry) 어소시에이트 디렉터가 발표한 '2026 글로벌 식품 및 음료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단백질 위주의 건강 관리에 갇혀 식이섬유라는 핵심 영양소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한국 소비자 중 식품 구매 시 '고단백'을 고려하는 비율은 26%에 달했으나, '고식이섬유'를 확인하는 비율은 9%에 그쳤다.

코맥 헨리 디렉터는 해외 주요국의 경우 이미 식이섬유를 활용한 건강 관리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배변 활동', '혈당 스파이크 방지'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직관적인 혜택을 전면에 내세운 결과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의 39%가 장 건강을 위해, 호주 스낵 소비자의 48%가 혈당 관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식이섬유 식단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내 시장 역시 단백질 편중기를 지나 이 같은 글로벌 식이섬유 소비 흐름을 뒤따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해외 유통가 현장에서는 이미 식이섬유를 차세대 핵심 성분으로 낙점하는 분위기다. 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가 "식이섬유가 다음 단백질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CEO도 식이섬유를 주요 식품 트렌드로 꼽았다. 영국 탄산음료 브랜드 '넥스바(Nexba)'는 설탕 없이 천연 식물성 섬유소인 이누린을 함유한 음료를 선보였고, 핀란드의 '엘로베나(Elovena)'는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가 있는 귀리 속 베타글루칸 성분을 패키지에 전면 배치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도 식이섬유를 간편하게 보충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풀무원헬스케어는 식약처 인증 기능성 원료인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을 함유해 한 병당 식이섬유 50g을 채운 고식이섬유 주스 '리셋클렌즈 48시간' 3종을 출시했다. B2B(기업 간 거래)인 급식업계에서도 CJ프레시웨이가 한 끼 식사만으로 일일 권장량의 60%인 15g을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한 '파이버맥싱 식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최근 유통 매대에서 식이섬유와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아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고대 곡물 소재 '파로(Farro)'를 활용한 제품들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곡물인 파로는 탄수화물 체내 흡수를 늦추는 저항성 전분 함량이 백미의 2670%, 현미의 650% 수준으로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특성이 있어 최근 활용도가 높아졌다. 켈로그는 파로를 포함한 7종의 통곡물을 담고 당류를 기존 대비 80% 낮춘 '저당 그래놀라'를 출시했으며, 신세계푸드는 정제된 찹쌀 대신 파로를 채워 넣은 '올바르고 반듯한 파로 삼계탕'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당과 칼로리를 줄이는 데서 나아가 필요한 영양 성분을 어떻게 채울지 고려하기 시작했다"며 "단순히 당류를 얼마나 줄였느냐를 넘어 식이섬유와 같은 영양적 밸런스를 어떻게 직관적으로 설계했는지가 유통 매대에서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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