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유력 총리후보가 내건 '친기업 사회주의'

입력 2026-06-22 17:37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지지율 하락으로 곧 사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앤디 버넘 노동당 하원의원(사진)이 차기 총리로 유력시된다. 친근한 화법 등으로 노동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영국 경제계 관심은 그의 이념 및 경제 정책 방향에 쏠리고 있다. ‘친기업 좌파’ ‘친기업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그의 경제 노선이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버넘은 영국 북부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으로 9년간 재임하며 정치 기반을 다졌다. 재임 시절 대표적 성과로는 지난해 버스 준공영제 도입이 있다. 민간 기업이 전적으로 맡아온 시내버스망 운영을 통제해 이용객과 요금 수입 증가를 이뤘다. 지방자치단체가 노선과 요금, 배차 방식을 결정하면 민간 버스 회사들이 입찰을 통해 운행을 맡았다.

그는 이를 ‘맨체스터리즘’이라고 부르며 필수 공공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주택, 수도, 에너지 등 생활과 관련된 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정부 통제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넘은 자신의 경제 노선을 ‘친기업 사회주의’라고 표현한다. 전통적 국유화와 달리 공공이 필수 서비스의 규칙·기준을 정하면서도 민간 기업 운영을 활용하는 방식이라서다. 최근 20년간 그레이터맨체스터 생산성이 31% 높아졌는데, 영국 가디언지는 이를 두고 “공공 자금이 민간 투자를 끌어들인 성과”라고 했다. 국가가 모든 사업을 운영하는 대신 공공기금을 지렛대로 삼아 기업 투자를 유치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지자 사이에서 ‘이념보다 서민 생활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부분이다.

다만 지자체 특정 영역에서 성공한 실험이 영국 전체에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공공 개입이 확대되는 만큼 정책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버넘은 주요 정책과 관련된 재정 조달 방안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부담을 낮추고 국방비를 늘리는 등 지출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그가 대중을 만족시키는 정책만 좇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넘을 상황에 따라 정치색을 바꾸는 ‘노동당의 카멜레온’이라고 표현했다. 노동당 당원에게는 스타머보다 본인이 더 좌파적이라며 지지를 호소하지만, 시장 재임 기간 펼친 정책은 스타머보다 시장 친화적이라 이념적 일관성이 없다는 게 FT의 지적이다.

영국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2.5% 줄었다”며 “과도한 기업 규제, 비효율적인 정부, 비싼 에너지 가격 등 영국의 구조적 문제가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기준 영국 공공부채는 GDP의 95%에 이르렀으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4.85% 안팎을 오갔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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