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참패' 英 스타머 총리, 2년 만에 사임

입력 2026-06-22 19:51   수정 2026-06-23 01:16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취임 2년도 채 되지 않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지율 급락과 지방선거 참패로 당내 퇴진 압박이 거세진 데 따른 결과다.
◇스타머 2년 만에 퇴진
22일 스타머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임할 것”이라며 “오늘 아침 나의 결정을 알리기 위해 찰스 3세 국왕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2024년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정권 교체에 성공한 지 약 2년 만이다. 차기 노동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스타머의 총리직이 유지된다. 노동당은 다음달 9일 당대표 후보 등록을 시작해 의회가 여름 휴회를 마치고 재개하는 9월 전까지 새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스타머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 둔화와 잇단 정책 유턴 등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또 우익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 지지율 1위로 올라선 가운데 중도좌파 노동당이 중도 자유민주당, 좌파 녹색당에 지지자를 빼앗기면서 스타머 정부에 대한 노동당 내 반발이 커졌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피터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한 인사 오판 논란까지 불거졌고, 결국 지난달 초 지방선거 참패로 치명타를 입었다.
◇유력 차기 총리 앤디 버넘
차기 총리로는 앤디 버넘 노동당 하원의원이 유력시된다. 친근한 화법 등으로 노동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버넘은 영국 북부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으로 9년간 재임하며 정치 기반을 다졌다. 재임 시절 대표적 성과로는 지난해 도입한 버스 준공영제가 있다. 민간 기업이 전적으로 맡아온 시내버스망 운영을 통제해 이용객과 요금 수입 증가를 이뤘다. 지방자치단체가 노선과 요금, 배차 방식을 결정하면 민간 버스 회사들이 입찰을 통해 운행을 맡았다.

그는 이를 ‘맨체스터리즘’이라고 부르며 필수 공공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주택, 수도, 에너지 등 생활과 관련된 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정부 통제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넘은 자신의 경제 노선을 ‘친기업 사회주의’라고 표현했다. 전통적 국유화와 달리 공공이 필수 서비스의 규칙·기준을 정하면서도 민간 기업 운영을 활용하는 방식이어서다. 최근 20년간 그레이터맨체스터 생산성이 31% 높아졌는데, 영국 가디언지는 이를 두고 “공공 자금이 민간 투자를 끌어들인 성과”라고 했다.

다만 지자체 특정 영역에서 성공한 실험이 영국 전체에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공공 개입이 확대되는 만큼 정책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버넘은 주요 정책과 관련된 재정 조달 방안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중을 만족시키는 정책만 좇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넘을 상황에 따라 정치색을 바꾸는 ‘노동당의 카멜레온’이라고 표현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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